나도 괴담 추가

288391No.108752018.04.13 17:03

#이사님이 설악산 등산하면서 겪었던 얘기


이건 우리 이사님이 해준 얘기인데, 이사님 젊을적에 건축설계를 할때는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월~토 저녁9시 까지 근무를했대.
한 2~30년 전이니 그럴만도 했지.

이사님은 등산광이어서 등산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성격이었거든.

그래서 토요일 9시에 일이 끝나면 배낭을 메고 심야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야간등산을 하고 일요일날 집에 왔다는거야.

그런데 한밤중에 등산을 하는게 얼마나 무서울까? 물어봤는데 그렇게 무섭진 않대. 고즈넉하고 좋다는거야.

그리고 설악산이 영산같은 기운이 있어서 무섭다는 생각보단 밤이라도 설악산은 좋은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대.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하고 나니 여러가지 신기한 일을 겪었는데, 들은 것 중에 우선 기억나는 것 몇가지만 얘기해볼게.



1. 밤에 등산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시끄럽대. 풀벌레 소리, 새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자신의 숨소리까지.

어쨌든 헉헉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리더래. 친구 너댓명이 자기들끼리 서로 웃고 떠들며 얘기하는 소리같은데

소곤소곤 웅얼대는 소리라서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는 않는데 귓가에 속삭이듯이 들리길래 멈춰서 귀를 기울이면 잘못들었다기 보다는

말을 하다가 말듯이 뚝 끊기더라는거야. 마치 같이 근처에서 걸으면서 얘기하다가 이사님이 멈추면 같이 멈춰서 숨죽이는 것처럼.

그래서 헛것이 들리나보다 싶기도 해서 계속 올라가는데 누가 얘기하면 웃기도 하고 그러는데 유독 "맞아, 맞아"하듯이 맞장구 치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는 거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 얘기가 계속되니까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해서 걷다가 홱 몸을 돌리면서

소리나는 곳을 쳐다봤대. 그러니까 길 바깥수풀쪽에 사슴인가 고라니 같은 동물이 서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더래.

흔한일은 아니지만 산짐승을 가끔 만나는 경우가 있대. 밤에 동물 비추면 눈에서 빛이 나는것처럼 눈에서 빛을 내면서 쳐다보고 있길래

`혹시 쟤가 말을 했나?`같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슴같은게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표정으로 실제 내는 소리로 "맞아, 맞아" 하고는 수풀속으로 뛰어서 사라지더래. 아까 맞장구치던 목소리랑 똑같은데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 사람목소리처럼 들린거야. 이사님도 황당해가지고 쳐다보다가 잠시후 다시 등산을 하셨대.



2. 등산을 하고 있다보면 달이 떠있을때도 있고 안 떠있을때도 있고, 떠 있어도 숲에 가려져 안보일때도 있는데

유독 안보일때는 멀리 산봉우리에 가끔 둥근 빛이 떠서 옆으로 뉘어있는 8자를 그린다거나 위아래로 움직인대.

가끔은 산 아래까지 뚝 떨어질때도 있대. 산꼭대기 관측소에서 신호를 보내나? 싶어서 아침에 해떴을때 보면 건물은 커녕 나무도 없는 바위

봉우리였대.




3. 밤에 등산을 하다보면 사람이 아예 없는게 아니라 저 멀리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처럼 밤에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대.

물론 극히 드문일이긴 하지만 없는건 아니라는거지. 여튼 어느날은 비가 부슬부슬하게 내리는 날이었는데 누가 산에서 내려와서 이사님과

마주친거야. 그런데 등산복이 아니라 추리영화에 나오는 형사처럼 어두운색 트렌치코트에 모자를 쓰고 작은배낭을 메고 내려오더라는거야.
그래서 신기해서 쳐다봤는데 그 사람은 눈도 안마주치고 아래를 보면서 지나친거야. 사람을 아예 안본것도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올라갔어. 그런데 얼마 안가서 똑같은 차림을 한 남자가 내려오는걸 본거야. 어두운색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

어울리지 않는 작은 배낭을 메고 내려오는 모습이 똑같길래 쳐다봤는데 그사람은 역시 눈도 안마주치고 아래를 보면서 내려가는데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내려가" 라고 나지막히 말하는거야. 놀라 뒤를 돌아보니 벌써 저만치 내려가서 붙잡을 수가 없었대.

그래서 다시 올라가면서 무슨말이었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멀리 앞쪽 길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왔다는거야.

산길이 넓은 것도 아니니 옆으로 비켜줄수밖에 없었는데 가만히 보니 한밤중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내려올리가 없기도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나이나 복장이 제각각이었대. 군복을 입은 남자, 흰옷을 입은 할아버지, 색동옷을 입은 커다란 남자,

거지같이 보이는 너댓살짜리 꼬마아이 등등... 그렇게 스무명남짓 지나가니까 이사님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거야.

그런데 그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몇걸음 떼지도 못했는데 위에서 다시 사람들이 내려오더래. 아까보다 더 많이.

출근길 지하철 계단처럼 빼곡히 내려오길래 이사님도 황당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겠다 싶어서 좀 떨어진 공터에 침낭을 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잘때까지 사람들이 끊임 없이 내려오더래. 남녀노소 제각기 다른 복장으로.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하산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날이 백중(百中:음력 7월 15일)날이었다고 했대.




그렇게 무서운 얘기는 아니었지만 신기해서 올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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