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싸움ㅠㅠ

898921No.282372020.08.12 20:03

생전 안싸울 줄 알았는데
안되네요.

욱해서 쫑알쫑알 두어마디 했더니
남편이 화내는데 같이 화내기는 싫고..
저를 밀어내는 남편한테 너무 실망하고
뱃속의 아기도 있는데 어찌할 줄 몰라서
울면서 도망갔어요.

화내고 미워하는 거 너무 싫고...
차라리 남이었음,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다투고..
정신적으로 너무 부담되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어요.

남편이 절 잡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난 인생을 걸고 결혼했는데...

넌 시엄마가 다 해주고 먹고 살 거
손에 쥐어주는 것도 모자라 떠 먹여주는데도
수동적이고 게으른 척 마지못해 하고...
스스로 시작하는 것도 싫고, 해주는 것도 싫고,
고작 시엄마가 청소 좀 하라해도 안하고 버티다가
그 일이 나한테 미뤄졌길래 잔소리 한 거 가지고
물건 집어던지고..
하기 싫으면 하질 말던가,
엄마랑 문제 있으면 나한테 이러지 말고
가서 해결을 하던가 담판을 짓던가 하라했더니
삐져서 말도 안하고...ㅠㅠ
시엄마한테 전화오니까 시엄마한테도 화내고..

나도 왕년에는 나보다 덩치 두 배는 큰
아저씨들하고 싸우고 한성질 하는데

내가 남편 사랑하긴 하나봅니다.
그 성질 다 어디갔는지, 큰소리 내기도 싫고,
싸우기도싫었어요.
내 전부를 걸고 사랑한 남편인데
화내는 모습이 내가 모르는 사람 같고,
앞이 캄캄해서 무작정 뛰었는데 잡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외진 곳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정신줄 놓고 어찌어찌 집으로 들어와서는
멍때리다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엄마가 나중에 와서 밥사주셨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억지로 기운차리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먹으려고
아무렇지 않게..식사 끝나고... 났더니
집에와서 입덧땜에 토하고도 힘이 났는지
또 눈물이 나고...안울려고 이 악물어도
입만 조용하지 눈에 수도꼭지 달아 놓은 듯 눈물만 나고...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 남편 얼굴만 봐도 눈물이 또 나고...
이튿날 아침까지 계속 울었어요.

다음날 몸이 안좋아서 병원가서 수액맞고도
기운이 딸리네요.
혹시나 또 우울증이 도진 건 아닌가
예전에 20대 초반에 우울증으로 1년 우울증약도 복용하고
몇 개월 동안 입원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의사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아마 약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상담받았던 병원 가서
다시 상담 받고 약 타는 게 좋을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예전에는 없던 애교도 부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밥차려주고,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고...
너무 남편이 사랑스러웠는데
지금은 남편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요.

신혼초부터 적응하고
내 자리를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요.
지금도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서 회복이 안되요.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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