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은 언제나 후회를 남겨요.

726848No.488422024.01.11 20:43

술도 못마시지만, 그래도 더 친해지고 싶으니까.
일터에선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회식에 참여했어요. 회식이 언제나 힘들진 않았고 다른 직장에서의 회식은 즐겁기도 했거든요.



이번 회식은 딱 제가 예상한대로 였어요.
음식은 맛있었고, 술도 강요하지 않고 누군가가 주제를 열면 다들 티키타카를 이어가려하고,
막내 사원 놀리는 재미, 그 리액션을 보고 빵 터지기도 하는 등 즐거운 포인트도 있었죠.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의 침묵.
누군가가 물꼬를 틀지 않으면 이야기는 흐르지 않고, 사원 간 나이차가 워낙 많이 나니 주제 선정도 쉽지 않은데다가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얼음만 남은 음료를 괜히 홀짝이는.
정말 클리셰 느낌이 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하게 예상할 수 있었죠.


그리고 지하철 창문 속 저를 보면서 후회만 되새겨요. 화장이 익숙하지 않은 게 티가 나진 않았을까. 내가 줄곧 지은 미소는 너무 어색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렇게 대답하고, 이런 주제를 꺼냈더라면... 이때 내가 이런 자폭 퍼포먼스를 보였더라면 한순간이지만 되게 웃기지 않았을까. 건조한 회식에 물 한 컵 정도의 수분감은 주지 않았을까.

나만의 독특한 이미지, 개성의 초석이 되진 않았을까...그리고 단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던 그 사람이 잠시나마 나를 주목해주지 않았을까..


그래도 오히려, 제가 다잡아야 할 마음가짐도 보인 듯 해요. 예전과 달리 조금은 성장했어요 아마도.
하지만 솟구치는 감정은 역시 주체하기 어렵네요. 진짜 DNA의 끝자락까지 저는 F인가봐요.


내일도 출근하고, 평상시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사람에게 똑같이 대하면서 지금 느낀 감정 또한 무뎌지겠지만 이 감정 또한 소중하다며 자신을 다독이기엔 저는 아직 많이 어린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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