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하려는 달리기.txt

개드립No.108002012.10.19 09:54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때와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습니다.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운동회가 아무 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랬동안 가족과 격리되었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감옥에 갇혀 살아온 재소자들에게도 그것은 가슴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종목의 결승전울 시작으로 각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아들... 이겨라! 이겨라!"

"우리아들 멋지다!"

"여보, 힘내요...힘내! 조그만 더!"

뭐니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바퀴 달리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출발선상에 오르자 핫껏 고조되었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들의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시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시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 였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어머니,아버지,아내,자식들과 함께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좋으니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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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뀪뀨님이 보내주신 자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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