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긴 시간이었지
그녀에게 고백하고 그녀에게 50년이란 시간을 주기로 했다.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보내기로 했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거울을 바라봤다.
한심하기 짝이없는 모습이었다.
튀어나온 배...퀭하고 초점잃은 눈...축 쳐진 어깨...촌스러운 수염...
무엇 하나 그녀에게 있어 당당한 사람이 될 순 없었다.
나는 그저 사랑만을 바라며 스스로 변할 생각따윈 하지 않는 패배자에 불과해보였다.
그래 나는 못생기고 한심해
그렇다고 그녀를 포기할 순 없었다.
나는 더 멋지고 당당한 남자가 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멋진 근육들이 윤곽을 드러내기까지는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고 피가 말라가는 고통을 견뎌왔다.
그렇게 2년...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된것 같다. 혹은
멋있어졌다 등등...내게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꼈다.
심지어는 모르는 여자후배들에게도 같이 밥을 먹자거나 고백까지 받았다.
허나 나에겐 그녀를 기다려야한다는 숙명이 있기에 그 고백을 가차없이 거절해버렸다.
스스로의 변한 모습을 흐뭇해하며 바라보던 중 TV에서 처음듣는 용어들이 줄줄이 나왔다.
전부 무슨말이지....?
나는 그 말들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며 아 그렇구나하며 넘겨버렸다.
그렇게 또 1년이 흘러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되었는데 이 녀석들 대가리가 제법 커졌는지 내가 모르는 정치적 지식과 관련 전문 용어들까지 술술 말해대는것을 보고 한없이 작은 내 모습을 보게되었다.
아아...난 그저 몸만 좋은 바보 멍청이에 불과했다.
이대로 그녀를 만난다면....
날 얼마나 한심하게 바라볼까?

다음 날
책을 펴고 펜을 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왕 시작한 공부 남들이 목표하는 의사가 되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수능 이후로 관둔 공부를 잡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1바이트도 들어가지 않는 내 머리에 몇십기가의 용량을 채우려니 머리가 아팠다.
허나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할까!
그 생각만을 하며 공부한지 어언 5년...
내겐 의사라는 직업이 생겨버렸다.
그저 지방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내가 서울대의대에 들아가 당당히 수석으로 졸업하고 의사가 된 것이다.
몸도 멋지고 아는 것도 많아진 내 모습을...이제  
그녀에게 42년 후에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42년...길지만 기다릴 것이다.
난 남자니까







42년 후...
그녀와 만났던 그 지하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나오지 않는다...
오늘 따라 비가 거세다.
만약 그녀가 비에 젖어 온다면 과감히 내가 입던 코트를 벗어 몸을 따뜻하게 만드리라 굳게 마음먹던 그 때
또각또각
그녀가 나타났다.
아니나다를까 그녀는 비에 흠뻑 맞은 모습이었다.
전과는 많이 달아진 그녀의 모습이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이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그녀에게까지 이제...다섯 걸음..
네 걸음...
세 걸음...
....
....
나는 그 이상 갈 수 없었다.
왜냐고?
글쎄...왜일까?
그녀를 기다린 난 아직도 50년의 세월 동안 사랑하여 이렇게 서있는데...
이제 두 걸음만 가면...되는건데...
그런데...
왜 다른 남자가 그녀를 부축하는걸까...
왜 내가 아닌 사람이 그녀를 부축하는걸까...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을까...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보며 지어줘야할 행복한 미소를 왜 그 사람에게 지어주는걸까?

그저 의문에 쌓인 내 머리와
이미 답을 아는 마음을 부정하며 눈물흘리며
나는...뒤돌아 걸어갔다...
사랑하는 그대여...내가 갖지못한 그대여...
나를 갖지 못한 그대여...안녕히..

50년후.
오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역시 안되겠어.

50년이면 기다릴만한데?? 기뻐서 우나 ㅋㅋㅋㅋㅋ쿠ㅠ쿠카캬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