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던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예전 여자친구에게 맡게된 고양이였습니다. 어떻게보면 처음 제대로 된 지식도 준비도 없이 맡게 되었고, 정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잘때면 항상 제 배위에 누워 똥꼬를 제 얼굴에 들이밀며 냄새를 풍기던 녀석인데...
그런녀석이 3월 초부터 먹는대로 다 토하고 체중이 30%정도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해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결국 신장에 문제도 발생되고 수액 맞고 토를 억제하는 약을 써보고 했습니다. 먹어야 치료를 하던 뭘 하던 할테니까요..

하지만 저와 고양이 둘만 살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케어해줄 능력이 없었지만 잘 버텨주면서 어찌저찌 버티면서 생활하다가 좀 나아지나 싶다가 지난주 토요일 체중은 더 빠지고 처음 발작이 발생됐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2차발작..
다니던 병원은 저녁진료가 없어서 24시간 보는 동네 다른병원을 방문하여 응급처치를했지만 손을 놓으시더군요.. 그러더니 2차진료병원을 가보라고 하시더라구요. 발작 3시간동안 별 생각을 다하면서 가서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살았지만 거의 사람으로 치면 반병신된 상태더라구요... 거기선 수혈도 해야되고 지속적인 케어를 얘기하시더군요. 물론 비용도 있었구요.

참 사람이 그렇더라구요. 낫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장생활 하고 있고, 비용도 비용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 제대로 케어해줄수 없는 문제가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그렇게 일단 응급처치하고 치료하고..2차 진료병원은 더 있지 못해 일요일 오전에 퇴원후에 내내 같이 있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결국 월요일 연차를 내고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다시 찾아가 얘기했습니다. 입원치료 하겠다고 내가 24시간 케어 할 수 없으니 여기에 입원하겠다고 근데 일단 먹는 문제가 해결되야 하지않냐 나는 지금 애상태를 보니 살려만 놓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도 못먹고 소변도 지리는 모습을 보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안락사를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죽음을 내가 결정해야 되는게 참...
현실적인 문제로 부딪쳐 제대로 케어도 못해주는 사람만나서..

이런 상황을 들으시더니 동물병원에서 그럼 자기한데 분양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여기 그런 고양이들 몇번 왔었다고...기회를 줘야된다고 하시더라구요. 다만 죽을 확률은 여전히 높으니 자길 원망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생명은 다 살길 원하죠. 다만 고양이에게 기회를 주는게 저도 맞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동물병원에 월요일 맡기고 오게 됐습니다.


다만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죽게되면 마지막 정리는 제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제가 유일하게 하는 커뮤니티에 그냥 써봤습니다.

그냥 잘 살길 바라고 있습니다.

간간히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볼려고 하는데..참 보기 부끄럽고 한없이 염치없게 느껴지네요.

오늘 무지개다리 건너갔습니다.
병원에서 연락받고 근처에 반려동물 화장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화장하고 유골함 인계받았습니다. 참..조금은 오래살길 바랬는데..

하...저도 매일 주인님 사료값벌러 출근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