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님이 국어를 먼저 배우길~

3학년 아이들 수준에 맞게 문제를 바꾸어 낸다면 이렇게 되겠네요.

구슬 14개가 있는데 이 중 검은 색 구슬은 6개입니다. 구슬을 두 개씩 묶으면 검은 색 구슬 6개는 전체 14개 구슬의 얼마가 되는지 분수로 나타내어 보세요.
(●●) (●●) (●●) (○○) (○○) (○○) (○○)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4단원의 분수를 배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입니다. 1학기때 전체가 1인 분수의 개념에 대해 다루고(사과 한 개를 똑같이 n조각으로 자르면 한 조각은 1/n) 2학기에는 전체가 이산량일때의 분수의 개념에 대해 다룹니다(전체가 10일때 5개씩 묶으면 한 묶음은 1/2)
이 단계에서 고도의 추상화 과정이 필요해서 실제로 학생들도 배우면서 많이 어려워하기 때문에 수학 교과서와 익힘책에서는 항상 그림과 함께 문제가 제시됩니다. 가르칠 때도 낮은 수준의 추상화를 위해 눈으로 보이게 그리고 붙이고 때로는 애들 책상위에 공깃돌 산가지 바둑알 등을 같이 올려서 직접 조작해가며 수업하고요. 문제와 그림을 같이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 조금 연습하면 곧잘 풀어요.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사진의 짤처럼 문제 낸 사람은 이해하는데 푸는 사람은 이해가 안가는 문제가 생성됩니다. 학원이나 문제집으로 선행한 친구들이 수학교과의 정의적 영역면의 자신감이나 흥미도가 매우 낮은 경우가 있는데 다짜고짜 저런 발달수준에 맞지 않는 문제를 (심화문제라고 포장된 경우가 많음) 충분히 숙달되기 전에 접하고 틀리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서 그렇습니다.
저 역시 분수단원을 평가할 때 저 부분을 어떻게 출제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문제집이나 교육사이트의 한 줄짜리 문제를 따와서 숫자 바꾸어 내면 편하기는 한데 아이들은 이해를 어려워해서 틀리고 수학 자신감이 막 떨어지고 하거든요.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을 많이 넣어주는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당한 그림을 만들어 넣다 보면 출제시간이 다섯배는 길어지지만... 초등학교 평가의 목적은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성취도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길러주는데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게 하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교재연구하고 고민하시는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나이드신 선생님들께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당연한듯이 연구하시는데 저는 아직 젊은 삼십대 교사라 이런 기회에 좀 생색도 내보고 싶네요 ㅎㅎ

주관식으로 나왔다면 저는 문제가 뭘 물어보는건지도 이해 못했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