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간다고 했잖니"

발걸음이 무거워서도 몸이 무거워서도 아녔다.
마음이 무거웠다. 아마 너가 없는 내일이 무서웠을
그 때부터 였을 것이다. 너의 빈자리만큼 무거워진
내 마음이 오늘 유독 무거웠던 것은 그래도 이제 좀
씩씩하게 너의 빈자릴 받아들이기 시작한 성민이가
오늘 아침 시무룩하게 차마 출근하는 아빠를 잡지는
못 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할머니네 언제 가?"
라고 물어봤을 때에 나도 모르게 올라온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월요일에 간다고 했잖니"
라고 짧은 말을 대신 뱉어낸 오늘 아침부터 그래...

어디 뱉을 수 없어 삼킨 그 울분이 그리고 차마 어찌
이런저런 사정을 다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바랄수도
없을, 이제 나와 녀석 그렇게, 하나뿐인 아들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는 먹먹함을 삼켰으니... 무겁더라.

그래도 별 말은 없었지만 눈빛으로 "다 알아"라고
말하시는 듯한 팀장님이 "대충 정리됐으면 들어가"
라는 말에 "내일 뵙겠습니다"하고 나올 때는 그래도
발걸음은 조금 가벼워지더라 하지만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이 맘을 조금이라도 더 흘려보내고 들어가자
싶어서는 퇴근길에 성민이가 좋아하는 치킨을 샀다.

내내 무거웠던 마음을 덜 자고 애썼는데 무거워지는
눈꺼풀은 또 역시 내 맘처럼 어떻게 쉽게 안 되더라...

"...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는 용케 들어가지고
닫히기 전에 '세이프!' 하고 내 뒤로 닫히는 문소리를
듣고나서야 가벼운게 내 몸이 아니라 손인줄 알았지...

여보야 내가 아직도 이렇다 그렇게 뭐 잃어버릴 때면
옆에서 웃어도 울어도 고맙던 너를 잃어버리고 나니
내가 이렇다... 그래도 여보야 오늘 치킨 잃어버리긴
했지만 이제 뭐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을게 여보야
응원해줄거지? 아... 치킨은 또 사야겠다 미안해 하하
그래 기다려라 성민아 치킨간다 그리고 기다려
여보...

오메 딱하기도 해라ㅜㅜ

지나가던 문과 한마디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