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미20.02.08 14:13
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3학년부터 6학년까지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진짜 가난했어요 저도 가난했지만 이 친구는 진짜 거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난했어요 집이 산 중턱에 있고 판자로 되어 있고 옷도 거의 주워와서 입고 그랬어요
이 친구가 늘 지각이 잦은 아이였어요. 저는 이유를 알고 있었어요 우선 학교랑 집이 멀었고 이 친구는 밭일도 하고 고물도 팔고 이렇게 학교생활, 생계까지 늘 바쁜 친구였어요
4학년 담임은 이 친구에게 무관심했어요.
학교 운동부 담당이어서 그 친구들 챙기기 바뻐거든요.
그때부터 이 친구는 지각보다 결석이 많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가끔 친구집가서 보곤 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5학년 담임은 요즘 같으면 인간말종 같은 사람이었다고 봐도 될 정도의 인성소유자 였어요
촌지는 되놓고 받고, 사는집 엄마들이 보온병에 커피, 한약을 배달하듯 가져다 주었지요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말이죠
나중에 커서 뒤 늦게 안 사실이지만......
요즘 시대로 보면 성추행일거에요. 반에 잘 사는 여자애들 이뻤어요. 가끔 선생님 그런 애들을 불러 자기 무릎에 앉혀놓고 뭔가 가르치는 행위가 있었지요
하아~저는 키가 작아 앞에 앉았기에 그때 선생님 손이 뭘 하는지 볼 수 있었는데 그땐 그게 뭐하는건지 몰랐던거죠
여하튼 그런 담임이었는데
위에 말한 그 친구가 지각, 결석이 잦으니 학교내 이슈가 되어서 그런지 담임은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지각하면 때리고 그럴수록 그 친구는 학교에서 보는 일 줄어들고 하루는 그 친구가 1교시 중간에 등교를 했어요 옷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지요.
드르륵 교실 앞 문이 열리고 그 친구가 들어와 문을 닫는 그 순간 제 눈 앞으로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가는게 느꼈고 그 친구는 뒤로 날아가 문에 부딪쳤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담임 날려차기를 했던거에요 친구를 잡아서 던지고 발로 차고 따귀를 때리고 욕설에 등등
친구 옷 묻은 흙먼지와 칠판의 분필가루 뿌옇게 제 시야를 가리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지금 기억에도 그렇게 그려짐)
그 후 그 친구는 학교는 거의 안나오고 나오는 날은 매맞고 결국 동네 골목에서 애들 돈을 빼앗는 양아치가 되어가고 심지어 저한테까지 그랬고 결국 학교 친구들은 그 친구와 더 멀어지게 되었지요. 이상한 형들이랑 다니면서 본드도 하고
6학년이 되던해 그 친구가 또 같은 반인걸 알고 저는 그때 정말 싫어! 라고 할 정도 였고 그 친구가 등교 안하길 기도할 정도였어요.반 애들도 괴롭힘 다 그런 상태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가 등교를 했고 반아이들은 경멸과 두려움의 눈빛으로 쳐다봤어요 그날 그 친구는 조용히 맨 뒷자리에서 아무 반응없이 앉아있기만 했어요.
미술수업이 되었고 다들 준비물을 꺼내 각자 하고자 하는 것들을 시작하려고 할 때 담임선생님이 그 친구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주고 다시 돌아가시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수업이 끝날 쯤 뒤에서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무개는 종이접기를 정말 잘하는구나. 그 말과 동시에 반 아이들의 시선 그 친구에게로 향했고 선생님은 그 친구가 색종이로 만든 것을 보여주며 우리들에거 말씀하셨어요.
"이거봐라 진짜 잘 만들었지? 그냥 종이인데 누군가 집중해서 손길이 닿으면 살아나지? 자 모두 박수"
우리는 어떨결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저는 그 친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속에서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 친구 다리쪽으로 한 두개 뚝뚝 떨어지는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 친구는 그 날부터 선생님 주신 종이접기 책과 색종이로 온종일 무언가 만들기 시작했고 그 친구 책상, 주변 창가 공간에는 그 친구의 생명력을 받은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선생님 책상에도 또 반 친구 책상에도 교실 뒤 게시판에도.....
어떤 친구들은 제작의뢰도 하고 심지어 예약까지 받아주게 되었지요
그 친구는 지각도 결석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게 되었어요. 가끔 얼굴에 멍자국이 있어서 물어보면 알던 형들이 때려서 그랬다고 하고....
담임선생님 늘 그 친구랑 선생님 책상에서 도시락을 먹었고 청소담당을 시켜서 애들 보내고 별도로 가르치시기도 하셨고,
졸업식날. 그때 그 친구 부모님 처음 봤어요. 집에 가도 볼 수 없었던 그 친구의 부모님.
친구 어머니가 선생님 앞에서 우시던 모습.
옆에 있던 친구도 ......,
중학교는 서로 다른 곳으로 배정 받았고 서로 만날일도 없었고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지나가는 모습만 보았지요.
고등학생때 우연히 버스안에서 만났을때 그 어색함. 교복을 보니 어느 학교 갔구나 정도만 알 수 있었지요.
공고를 갔더라고요.
손재주가 좋은 친구였으니깐 뭔가 잘 선택했구나 생각했어요
그러고 그 친구는 더이상 볼 일은 없었어요.
저도 지방생활에 직장생활에 뭐 다들 그렇듯이요.
서른즈음인가 편지 한 통이 왔다며 어머니 전화를 받고 주말에 집에 가게 되었지요. 흰 규격 편지봉투 앞에는 반듯한 글씨체로 받는사람 "사랑하는 아무개(제이름)에게"
보내는사람 담임 아무개
6학년 담임선생님의 편지였어요.
내용은 학창시절 기억하셨던 제 모습과 지금쯤 너희들도 어딘가에서 그때 나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도 또 사정으로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안다와
반장은 연락이 아직도 되고 있으니 빠른 시일에 서로 연통하여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한 반에65명 이었으니깐 연락되던 친구 몇 명을 빼고라도 50통 가까이 자필로 다 보냈을꺼라 짐작할 수 있었지요.
그렇게 저도 동창들을 보고 싶어 연락을 드렸고 모임장소는 학교 운동장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그 친구가 사실 제일 궁금했습니다.
뚜벅뚜벅
졸업한 학교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차 하나가 와서 경적을 울리며 옆에 정차하더니 조수석 창 문이 열렸습니다.
짝사랑했던 부반장.
웃으며 저를 알아보고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멋적은 웃음으로 허리를 숙이니 그때 그 친구가 운적석에 있었습니다. "야 아무개!" 하고 웃으며 저를 부르던군요.
그러면 뒷자리로 손 짓을 하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담임선생님이 환하게 웃고 계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