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 길고양이 집고양이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저는 몇해 전 비오는 어느 날 우리 와이프랑 오랫만에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술 한잔하고 집에 가는데,
굉장히 어둡고 깜깜한 곳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뭐지? 하고 발걸음을 멈춘 순간...

동영상에 나온것 같은 까만 턱시도 고양이...
하지만 엄청 작고 마른 불쌍한 아이었어요.

와이프랑 둘이 비오는 길바닥에서 혹시나 주변에 엄마가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 작은 아이가 다리에 와서 부비적 거려도 한시간 가까이 애기를 떨어트려 두고 주변에 오는 고양이나 사람을 기다렸네요..

그렇게 기다려도 엄마 고양이나 사람은 오지 않았고, 그 고양이는 점점 비에 젖어서 바들바들 떨기 시작해서 집에 데려 왔습니다.

저희집에 키우던 다른 아이들은 아기 고양이인 것을 아는지 다행히 잘 받아 주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날 동물 병원을 데려가서 1차 예방접종하고 건강검진을 맡겼더니, 심장 비대증이라고 판정 났습니다.

모르겠지만 심장 비대증은 길어야 3년, 짧으면 2년 안에 급사하는 길고양이들 고질병이라더군요..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그 어린것이 사람을 만나봐야 얼마나 만나봤다고, 자기 좀 살려달라는 표현을 애교로 대신했나 싶더라구요.

그러고 데려와서 3차 예방접종까지 마치고, 다른 아이들과도 충분히 친해지고, 저희 집에서 1년이 조금 못되어서,
아이들 살피려고 달아둔 CCTV에서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이 뛰어놀고선,
정말 갑자기 자기가 좋아하던 쿠션 위에 낮잠 자듯 누워서 세상을 떠나더군요...

저희 아내는 자는 줄 알고 안깨웠답니다...
저는 그런줄 알고 다른 아이들만 다른 방에 불러서 간식을 주고,
저녁을 먹었네요..

그러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애가 나오지도 않고 간식도 보채지 않길래 가서 봤더니 이미 숨이 멎어있었어요.
잠든것 처럼, 고양이 키워보신 분들만 알만한 웃는 표정으로...

한 3년 힘들었네요.
짧게 있다 갔지만, 그 아이가 준 행복은 너무 컸거든요...

저는 그 아이가 길고양이인지, 도둑 고양이인지, 집에서 탈주한 고양이의 자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길고양이와 도둑 고양이와 집고양이의 차이를 더더욱 모르겠습니다..

짠하네...

잉 ㅠㅠ 불쌍해 ㅠㅠ 저거안버리고 어디 골목에 숨겨줘서 집으로 썼으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