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강제변경2052[수정] 08-15 21:22 21.08.15 21:21
고흐의 초기 그림은 어둡고 음울하다. 그런데 프랑스 지중해로 간 후부터 그림 스타일이 크게 바뀌고 밝은 빛이 넘쳐흐른다. 해바라기를 보면 그렇다. 해바라기는 물론 자신의 집을 그린 그림에도 노란색이 주조를 이루는데 학자들은 그 이유가 디기탈리스 복용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메니에르병으로 알려진 중이염도 고흐에게 골칫거리였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796통을 보면 환각을 느끼는 것처럼 난청과 구토, 현기증 등으로 고통받는 고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남다르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커다란 소리를 참지 못했다. 메니에르병에 걸리면 환청이나 귀에서 벨이 울리는 것 같은 증상을 자주 겪는다. 그러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환자들은 종종 귀를 잘라낸다거나 얼음 깨는 송곳으로 귀에 구멍을 뚫기도 했다. 고흐가 불구가 된 것도 바로 이 병의 영향으로 본다.
고흐의 기이한 발작이 ‘녹색 요정’, ‘에메랄드 지옥’ 등으로 불리는 압생트(Absente)라는 술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가 즐겼던 압생트는 알코올, 쓴쑥(Artemisia absinthium)의 기름, 아니스(지중해 미나리과 식물과 그 열매), 회향, 곱향나무 그리고 육두구(열대성 상록수)가 표준 성분이다. 압생트라는 이름은 쓴쑥(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했는데 쓴쑥에는 의식불명과 경련을 일으키는 써존(thujone)이라는 테르펜 성분이 들어 있어 환각 상태는 물론 간질병을 유발한다.
이 쓴맛의 녹색 술은 값이 싸고 빨리 취기가 돌아 와인 생산량이 줄어든 틈을 타 대중적인 술이 됐다. 특히 고흐, 마네, 드가, 로트렉, 고갱, 피카소,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 앨런 포우, 오스카 와일드 등 예술가들이 이 술의 애호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쓴맛을 없애기 위해 각설탕을 구멍이 난 숟가락에 올린 뒤 차가운 물을 부어 마시는 독특한 음용법이 특징이다.
고흐가 압생트를 많이 마셨다는 사실은 그의 사후에도 증명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년이 지났을 때 묘지 위에 심어진 테르펜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는 작은 나무뿌리가 그의 관을 둘둘 감싸는 바람에 훗날 묘지를 이장할 때 이 나무도 함께 옮겨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흐, 로트렉 등은 압생트의 대표적인 중독자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압생트를 만든 한 제조업자가 아내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1915년 유럽 전역에 압생트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과학적인 성분 분석 결과 써존은 극히 미미하게 들어있고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됐다는 주류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1981년 부활했다.
이 술은 한국에서도 정식 수입되어 판매되었는데 2010년 식약청에 의해 잠정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아 화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압생트를 금지한 이유는 압생트에 식용금지 성분인 쓴쑥이 함유되었기 때문으로 알려지는데, 기본적으로 현재의 압생트는 쓴쑥 대신 아니스를 첨가제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