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생각나네. 명학역에서 내려서 한참을 언덕위로 걸어가면 바로 산밑에 조그만 4층짜리 빌라가 있었는데 거기 2층에 살고 계셨지. 엄마랑 동생이랑 손잡고 가면 빌라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조그만 단골 수퍼가 있었고 거기에 항상 아이스크림이 맛있어보였지.
엘레베이터가 없는 빌라를 걸어올라가면 20평도 안되는 음식냄새가 솔솔 피어올라오던 조그만 빌라안에 벌써 큰이모네랑 작은이모네가 와 계셨고,
무공훈장이 높다랗게 걸려있던 교자상 하나 피면 꽉차던 거실에 밥놓을 공간이 없어서 밥공기 들고 반찬이라고는 돌게장이랑 돼지 두루치기, 김, 김치랑 이름모를 국이랑 밖에 없어도 참 시끌법적하고 그냥 꿀맛이었는데,
밤 늦게까지 외할머니랑 엄마랑 이모들은 좁다란 거실에서 누워서 수다떨면 나랑 내동생이랑 외사촌동생들6명이서 작은 안방에서 우당탕 뛰어놀았었지. 밑1층 사는 분들은 한번도 뭐라고 한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왜 항의가 없으셨는지 궁금하고 미안하다.
외할아버지는 야윈몸을 건너방에 뉘이셨고 가끔식 참전해서 총맞은 허리가 아프다고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고.
세월이 지날수록 외갓집에 찾아오는 친척도 줄어들고, 외삼촌과 엄마이모들간 고성도 오가고.. 그 사이 외할머니는 당뇨병으로 발가락을 다 잘라내고 눈도 거의 안보이고..
못걸으셔서 앉은채로 엉덩이를 밀고 다니시는데 모든 집기가 다 바닥에 있고 단촐하지만 정갈한 살림은 어느사이에 찌든때가 곳곳에 묻어났었지. 나도 아이를 낳고 내 살아가기 바빠서 자주 못찾아뵙고 그래도 마음만은 항상 거기있었다.
외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코스모스인데 그건 꽃집에 안팔아서 몰래 들판에서 코스모스 꺾어 꽃다발 만들어 외할머니 드리면 눈물 흘리면서 한참을 좋아하셨다.
세월을 타서 지워지지 않는 뿌옇게 된 베란다 창밖을 보며, 사실 백내장으로 잘 보이지도 않으셨겠지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외핳머니는 잘 죽었다고 하시면서도 "잘해줄껄 그랬지.. 당신이 생각난다.."식의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곤 하셨다.
외할머니 임종 전 회백색빛의 외할머니는 꼭 굳어진 석상같았는데 "할머니!"하니까 부스스 눈꺼풀을 겨우 올리셨다.
강아지 왔냐고.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들어 겨우 잡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살라고 하신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대전 현충원 안장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없는 외갓집에 마지막 온기를 찾아보러 갔었는데.
문짝에 매달려 놀던 오래된 장롱은 엎어져있었고, 누군가가 오간듯 먼지투성이 하얀 발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온갖 손때가 묻은 나름 애지중지하셨을게 분명한 것들은 빛이 바랜채 한군데 얽기섥기 섞여서 누가봐도 쓰레기처럼 방치되있었고.
오지말걸 그랬다 싶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이별은 제대로 하고 싶어서. 그렇지만 눈물은 나지 않더라.
지금 내 아들은 외갓집가는 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처럼 설레어할까 아니면 귀찮아 할까.
볼때마다 나이들아가는 엄마 아빠를 보며 잠깐 궁금해진다.
옛날에는 명학역=외갓집이어서 보기만해도 신났지만 지금은 그냥 아련할뿐이다.
주절주절 갑자기 명학역하니.. 생각나서.

저는 한 7년 전쯤 강남쪽에서 회식이 늦게 끝나서 사우나에서 자고 출근하려고 근처 남성전용 사우나에 갔는데 수면실이 두개더군요. 한곳은 속옷을 입고 자는 곳이고 하나는 속옷을 안입고 자는 곳인 것 같았는데 술도 취하고 더워서 걍 다 벗고 잤습니다. 자다가 똘똘이에 감각이 나서 깼는데 옆사람이 제 똘똘이를 만지고 있네요.. 욕한번 하고 팬티입고 다른곳 가서 잤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샤워하고 있는데 옆에 사람이 저를 보고 발...기가..
그 뒤론 그쪽 근처도 안갑니다. 생각해보면 남자들끼리 그런 사우나였던 것 같네요.

서울대 국문학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