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붕로져스[수정] 10-31 06:58 22.10.31 02:11
일단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라는 표현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저도 공감합니다. 저 또한 불신지옥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 생각되지만 그래도 이 설명이 약간이라도 기독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해서 글을 써봅니다. 일단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라는 슬로건의 시초는 우리나라에 처음왔던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절박함을 담아 했던 말로 압니다. 제 개인적인 성경의 해석으로는, 불신자, 즉 예수를 모르거나 믿지않아서 지옥에 간다기보다는 예수를 거부해서 지옥에 간다고 표현하는게 그나마 더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예수를 거부한다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 즉 사랑, 긍휼, 용서, 배려, 겸손과 같은 모든 선한 가르침을 거부하는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불리는 cs루이스는 지옥을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모든 선한가치들이 사라진 사회로 묘사합니다. 그 곳에도 문명이 있을 수 있고 문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끝까지 완고하게 악을 선택한 사람들이 남아 서로 고통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옥으로 끝없이 끌어내리는 곳, 그래서 cs루이스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지옥의 문은 안에서 잠겨있다".
그리고 사실 애초에 성경에서 하나님이 믿지않는 이들을 지옥에 보낸다고 하기보단 "죄의 삯은 사망이다" 라고 말합니다. 안믿어서 지옥에 가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죄, 본인의 악함으로 간다고 보는게 더 적절하죠. 그리고 성경은 지옥을 딱히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서 그곳이 어떤곳일지 알수는 없지만 지옥에 간다기보단 "그 영혼이 천국에 가지 못하고 사라 없어진다" 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구절이 훨씬 많습니다. 위의 구절도 죄의 결과가 사망이라는 말로 영혼멸절설적으로 표현하죠.
그리고 성경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성악설을 얘기합니다. 인간은 양심과 같은 선한본성도 가지고 태어나지만 악한본성도 가지고 태어난다. 근데 가만히 두면 인간은 악에 치우칠 확률이 훨씬 높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를 믿고 선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악인이 되어 지옥에 가게 된다고 말하는것은 그리 못할 주장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악설은 결코 기독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순자의 성악설이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같이 직접적으로 성악설을 얘기하지 않아도 오징어게임이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같은 굉장히 유명한 대중매체에서 조차 인간의 보편적인 악함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순자가 성악설에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악한본성을 바로잡고자 노력해야한다 주장하듯 기독교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고 답습함으로서 그리해야한다 주장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럼 다른 종교를 믿어서 선하게 살아도 되니 기독교 믿을 필요 없잖아?" 라고 할 수도 있겠고 저도 타종교인, 혹은 무교라해서 무조건 지옥간다고 보진 않습니다만 이건 제가 기독교인이라그런지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의 도덕관이 가장 옳게 느껴져 기독교를 믿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물론 이건 저만의 생각일뿐 이게 정답이라는것도 아니고 이런생각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이건 그렇다고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제 개인적인 주장일뿐 아니라 상당 수의 비기독교인 역사가들도 하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반대여론이 없진 않지만 많은 학자들이 현대의 인권과 평등의 가치관은 기독교로 부터 유래했다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종교에도 이러한 가르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가치가 전세계로 퍼진것은 기독교의 영향력이 컸다봅니다. 링컨이 노예제를 폐지할때에 성경에서 그 당위를 찾은 것도 있고, 미국의 인권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사람도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약성서의 대부분을 집필한 사도바울은 아예 "남자나 여자나 빈자나 부자나 주인이나 종이나 하나님 아래에서 같다" 라며 대놓고 평등을 공언하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한 이정도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귀하고 평등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종교는 적어도 세계 4대종교중에서는 기독교가 가장 그러하다봅니다. 물론 몇몇기독교인들이 성경의 구절들을 왜곡해서 노예제를 합리화하는데 악용했던것도 사실이지만 통관적 관점에서 성경을 보고 역사를 봤을때 기독교는 평등을 지향한다 보는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니체는 기독교의 도덕관을 노예들이 좋아할만한, 노예들의 원한 감정에서 비롯된 노예도덕이라고 폄하하긴했지만 애초에 기독교가 노예제를 옹호했다면 이런 주장이 나오지 않았겠죠.
여기서 제가 한 설명이 결코 충분하다거나 모두 정답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이 긴 댓글에서 하고자하는 말은 딱 하나입니다. 성경을 봤을때 "예수를 안믿는다는 이유로 지옥에 간다고 단정하여 말 하기는 어렵다" 덧붙여 아무리 선하게 살아도, 아무리 선해도 예수를 안믿으면 지옥간다는 말은 정말 보수적인 성경해석에도 맞지 않는다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