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철들때부터 엄마는 아빠욕을 하고 아빠는 엄마욕을 했어요. 그냥 일반 욕이 아니라 십원짜리 섞어서요. 뭐 패죽인다느니 하는건 패시브고.. 어렸을때 이해할 수 없는 욕을 계속 들었다보니 입에 배일정도였어요
그리고 앞에서 엄빠끼리 주먹다짐 쓰러뜨려서 다리밟기 머리채잡기 등등, 말리느라 아빠옷 엄마옷 다 찢어지고, 서로 피투성이가 되고.. 다행히도 싸움 말리는 딸래미는 안때려서 기를 쓰고 말렸죠ㅎㅎㅎ
방문마다 다 발로 차고 망가뜨리고, 손잡이 뽑아놓고 그릇깨고.. 그 후엔 서로 욕하고 이혼하면 넌 누구랑 살꺼냐고 묻고.
어렸을적 초등 중등까지만해도 너무 괴로워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세상이 망해라면서 화도 내고, 자살도 많이 생각했기도 하고 그랬었는데요
고등학교 들어가니까 그런 마음이 점점 덜해지더라고요.
고3때도 집에 들어가면 부부싸움으로 엄마가 집나가고, 그런 엄마 밤중에 걱정되니까 엄마찾으러 나가고, 엄마 발견하면 새벽2,3시까지 아빠욕 들어주고, 어떨땐 아빠욕,할머니욕, 아빠 일가친척욕까지 다 들어주고 가끔은 니도 0씨 집안 애기라서 싫다는 말까지 듣고. 그렇냐 속 상하겠다 하고 달래서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 안방에 데려다 놓고나면

그 다음은 아빠차례, 소파에 앉아봐라부터 시작해서 새벽3,4시넘어서까지 엄마욕 들어주고 이혼할꺼니까 넌 누구랑 살꺼냐, 이혼하면 아빠 밥차려주고 그래야 하니까 대학교도 가지마라 등등말하는거 들어주고 오냐오냐 아빠도 고생했다고 재우고,

지쳐서 샤워하고 잔 후에 7시반에 눈뜨면 그래도 엄마가 아침은 해놓으셔서 아침먹고 있으면(이미 아빠는 대부분 없음) 엄마가 옆에서 2차로 아빠 할머니 친척욕 하시고. 그걸 반찬삼아 아침먹고 학교로 가고.
다행히 공부에 재능이 있었지만 아빠반대로 대구에 눌러앉게 되서 다시 무한 도돌이 하다가.

결혼하게되서 이제 끝났나 싶었더니
거의 매일마다 엄마전화오셔서 아빠욕 엄마 신세한탄 하시네요. 이제 아빠는 치매끼가 있어서 엄마가 더 힘들다고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ㅎㅎㅎ

하루는 엄마가 전화로 딸이 없었음 어쩔뻔했냐고. 이런 이야기 아들에게도 못하고 며느리에게도 못하고 친구에게도 못한다. 딸이니까 아빠욕도 하고 친척욕도 하고 푸념도 하는거 아니겠냐. 너 아녔음 엄마 우울증 걸려도 벌써 걸렸다면서. 그래서 제가 다행이라고 그렇게 말해줬죠.
엄마가 넌 딸이 없어서 어떡하니 라고 하시고요.
ㅎㅎㅎㅎ

신경이 마비가 됐는지 아빠엄마 서로 욕해도 속상하거나 화나지 않게 된 지 오래라서 괜찮더라고요.
매일마다 같은 레퍼토리. 같은 욕. 신파극. 이제 욕들으면서 오늘 저녁엔 뭐할까 딴생각도 하고요.
욕만 유치원때부터 30년이상 들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어요ㅎㅎㅎ

그리고 이때까지 한번도 아들에게 남편욕 한적 없네요.
절대로 아빠, 엄마 나쁜점은 닮고 싶지 않아서요.

다만,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을때 상상을 하면 내가 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되네요.
두 분 사랑은 하지만 뭐랄까. 어떨땐 책 속의 인물같이 느껴질때가 있어서 말이죠. 막상 그때가 되면 눈물이 나겠죠.

너무 속에것을 썼구나 싶어서 지울려고 들어왔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멍해지네요. ㅎㅎ

솔직히 어렸을적 현실도피로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었거든요. 명작이니 하는 책들은 저에게 위안을 못주고요,
흔히들 소비한다고 하는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들이 저에게 많은 위안을 줬어요.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허구라고 해도 저보다 더 힘든 상황이잖아요. 어쨌든 극복해내는 과정들을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거 같아요.
어찌됐든간에요. ㅎㅎㅎ

구절 중에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생각나는게 "불행해지려고 사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행복해지려고 사는
거다"라는게 있었는데.
아빠나 엄마나 행복해지려고 살지만 방법을 몰라서 저러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옛기억를 꺼냈더니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네요.

잘이겨내셧어요
더 좋은일만 가득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