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일에 야근은 거의 필수에 네비도 없던 시절..어케 산 거여 우리 부모님은

별거하던 부모님의 연락으로 조퇴 후 급히 떠나게 된 동해 가족여행. 이혼 여행 따위인 줄도 모르고 좋았다. 쇼바가 고장 난 엘란트라의 거친 승차감도, 바다로 핸들을 꺾니 마니 다 같이 죽자던 순간도 이젠 그립읍니다.

아부지가 맨날 길을 뚫는 개척자 정신이 있었는데,
하루는 산길을 올라가다가 길이 막힌걸 보고 유턴해서 돌아가겠다고 후진하다가 뒷바퀴 하나가 작은바위하나를 덜컹넘어가서 앞으로 못나오고 그대로 걸려버림ㅋ
뒤에는 계곡비탈길이라 후진도 못하고 산속이라 날은 빨리 저물어가고 난리였음.
다행히 트렁크에 참치캔4개가 있어서 아빠엄마 나 남동생 하나씩 먹고
아빠는 운전석 엄마는 조수석 남동생은 뒷자리 나는 뒷자리 위공간에서 하룻밤을 자는데,
참치냄새맡고 삵인지, 너구리인지..가 몇마리와서 차를 건드리고 차지붕위로 올라가서 막 긁고;;
가족들 다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소리지르고 ;;

생각해보니 뭐가 그리도 무서웠던지. ㅋ

아침되니까 무섭던 숲이 햇살받아서 황금색으로 빛나더라.
아빠엄마랑 동생이랑 손잡고 인가까지 내려오는 길은 밤이랑 너무 달라서 이질적이기까지 하더라.
이슬이 맺혀 반짝이는 융단같은 황금색 이끼들이며, 나무냄새나는 보드라운 흙길이며.

아부지와 엄마가 인가를 발견해서 그 분들 도움으로 (트랙터? 경운기? 기억이 가물) 겨우 빠져나왔는데..
참 어릴적 기억이다.
중증치매로 누워계신 아부지는 자기만의 세계에서는 기억하실까. 그런 때가 있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