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드리퍼님들.
전 울산사는 20대후반 남성입니다.
제가 혼자 카페가서 책읽고 그 느낌을 디자인하는 걸 좋아해서 카페갔다가 밤12시쯤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전 항상 걸을 때 무조건 노이즈캔슬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으면서 가는데 어제는 밧데리가 다 되서 음악을 듣지 않고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촤촤촥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전봇대 옆에 어떤 할아버지가 꿈틀대시면서 쓰러져 계신거에요. 순간 요즘 너무 흉흉하다보니 연기하면서 누가 도와주면 건장한 조선족들이 갑자기 나타나 납치하는거 아닌가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제가 태어나서 대학교 다닐때 말고는 한번도 떠난적없는 동네이기도하고 날이 너무 추워서 저대로 있으면 동사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어디 다치신건 아닌지 물어보니 약주 하셔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구요. 일으켜세워서 부축해서 걷는데 거동이 원래 좀 불편하신분 같더라구요. 한 걸음 걸으시는데 10센치 정도 걸으심. 그래서 집에 바래다 드린다고 했는데 길을 못찾으시고 집주소도 모르셔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는데 마침 할아버지 아들한테서 전화가 와서 신정1동 엘지사택 앞이라고 하니까 오시더라구요. 근데 저에게 너무 고맙다고하시고 사택 관리아저씨도 나오셔서 젊은사람이 대단하다면서 요즘 흔치 않은 젊은이라고 하시는데 기분이 엄청 좋더라구요. 먀지막으로 할아버지가 차에 타시면서 너무 고맙습니다라고하시며 우시는거에요.

말이 엄청 길어졌는데 이 모든일이 10분정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근데 그 10분이 저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시간이구요. 3년넘게 일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어제 그 10분에 감동은 못받은거 같습니다.

제가 여기 이렇게 장문으로 쓰는 이유는 칭찬받기 위함이 아니라 저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배려가 당사자에게는 엄청 고마움이 된다는 사실이 서로를 믿기 보다는 의심하게 되버린 흉흉한 세상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좋은 일을 하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라고 이번에 느꼈거든요.

개드리퍼님들. 조금만 배려해도 칭찬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시던 할아버지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데 저또한 그 모습이 감동이 되었습니다. 감동이란 건 주고 받는 게 아니라 공유한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때 어제보다 더 쉽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문신은..독수리가...

배에 꼭 필요한 문신을 드디어찾았습니다

말하는매미 님
캔아이해브 님
듀삠삠하다 님
니도닉네임드립이얔 님

 첫메달 정말감사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