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법인2024.06.26 01:19
약간 진지모드(?)로 과거 일이 떠오르네요. 십 수 년 전 대학교 방학기간에 편의점 저녁알바(19-24시)를 했었는데 24시에 근무교대해주시는 50대 아저씨가 자기 나름대로 호신용품으로 길이 약 60센티에 직경 4센티 정도 되는 철로 된 봉(속이 비어있는 철제 펜스 부품중 일부로 추정)을 카운터 아래에 숨겨두셨어요. 그 무기를 보면서 강도가 침입하면 순식간에 무기를 뽑아서 강도 얼굴을 후리는 상상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하곤 했었는데 한 날은 거짓말처럼 강도가 들었어요. 복면쓰고 막 고함 지르는 그런 강도를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마르고 모자 마스크 하나도 착용하지 않은 꾀죄죄한 40대 남성이 가게에 들어오니 그냥 손님인가보다 하고 신경 안썼고, 카운터로 바로 오길래 담배 손님인가보다 했는데, 정중히 이야길 하더라구요.
'내가 지금 상황이 어려워서 여기 돈은 좀 구하러 왔다. 내 주머니에 칼이 두자루 있는데 학생은 포스기만 열어놓고 뒤로 물러나서 손 들고 있으면 아무도 안다친다이' 라고 말을 했던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보니 초면에 반말인게 그리 정중하진
않았는 듯...
그러면서 바짓주머니를 살짝 벌려 보여주는데 칼날은 못봤지만 칼자루는 확실한 식칼 같은게 바짓 주머니에 있는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짝 긴장하여 '네' 한마디하고 포스를 열려는 순간 포스 바로 아래 수납공간에 반짝거리는 야간 아저씨의 쇠막대를 발견 하곤 아주 짧지만 깊은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보통은 저 이와 싸울까 말까 혹은 제압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이었을 법도 한데, 당시 가장 크게 걱정했던건 저 사람이 진짜 강도가 맞나? 강도가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고민도 잠시 현금다발이 가득한 포스를 열고 나니 오히려 용기가 났던게 포스를 열면서 포스 아래쪽 수납공간과 그 쇠막대가 열린 포스에 가려져서 강도가 눈치채지 못하겠구나 싶었고, 열린 포스 안족(열어서 보는 위치에서 제일 왼쪽 구석 위)에 5만권을 넣다보니 강도가 5만원권이 얼마나 있니 보기위해 포스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때다 싶어 쇠막대기를 휘둘렀고, 얼굴을 때리려 했지만 고개를 약간 숙인 강도의 관자놀이를 때린 것을 시작으로 정신없이 휘둘렀습니다.
당시가 기억조차 안나는데 cctv에서 보니 관자놀이 한대 정수리 수십대를 가격해 강도는 정신을 잃은듯 넘어갔고 저는 실컷 두들겨 팬 후에 계산대 옆을 뛰어넘어 가게 밖으로 나가서 경찰을 불렀습니다.
강도는 잠시 정신을 잃은 듯 했지만 기절은 안했고 찢어져 피가 나는 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가게에 누워있었고 추가적인 저항없이 경찰이 올때까지 누워있다가 잡혀갔어요.
당시에도 빨래 건조대로 강도 줘패서 감빵간 억울한 사람 뉴스 등을 접하면서 정당방위에 대해 수도 없이 검색했었고 미리 변호사라도 구해놔야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강도라는 인간이 뇌진탕이다 뭐다 해서 저를 고소한다 으름장을 고있다고 하네요.
저는 당시 21살이었고 대부분 상황을 부모님이 커버해주셔서 이후 진행 내용을 잘 모르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당시 어른들의 대화가 어느정도 있었을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강도를 폭행한 건에 대해서 경찰 조사를 받거나 법정에 서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희 옴마 말씀으로는 강도가 흉기를 뺏기고 무력화 상태에서 제가 줘팼으면 정당방위 인정이 안되는데 강도 주머니에 칼이 두자루나 있었기 때문에 상대가 무장한 상태로 인정이 되는 상태에서의 폭행이어서 제가 무기로 상대를 줘팬게 타당했었다는 식으로 해결이 되었나봐요.
음 아무튼 사건 당일 이후 그 편의점 출근 하는 일도 없었고 점장? 점주? 매니저분이 아닌 사장이라 부르는 분께서도 가게로 부르지 않고 반대방향 카페에서 저를 보자고 부르더니 가게를 지켜준건 고마운데 앞으로 딴데가서 이런 일 생기면 무조건 돈 주라고. 혹시나 그러다가 잘못되면 니만 다치는게 아니고 여러 사람죽이는거라며 혹시 모르니까 이젠 근처에 얼씬도 하지말란 말씀과 함께 여태 일한 수당+20만원 주셔서 그 돈 받고 떠났네요.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쳐맞은 그 사람은 종전에 절도로 집행유예 상태인 사람이었는데 또 잡히면서 감빵 갔다더라구요 어느 교도소 갔는지는 못들었다만 아무튼 부모님이
'니 어디가서 강도 잡았다는 이야기 절대로 하지마라' 라는 말씀을 귀가 닳도록 하셔서 대학 졸업하고 진짜 친한 친구 두명에게만 이런 경험담을 이야기해줬는데 이세키들이 최소 과장 혹은 구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냥 저도 혼자 묻고 살아가다가 오늘
갑자기 정당방위와 관련 된 댓글보며 옛날 생각이 나서 대나무숲이라 생각하고 질러봤습니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