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주일 전의 일이다.
웃대 어느 게시판 맞은편에 애니깎는 장인이 있었다.
애니 한편 보고 가려고 깎아달라고 했다. 시간이 오래걸릴 것 같다.

"좀 빨리 해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애니 하나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느리다면 다른데 가 받으슈"

대단히 무뚝뚝한 장인이었다. 알고있는 다운사이트가 없어 그냥 깎아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것 같더니, 마냥 늑장이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장인, 외고집이시구먼. 시간이 없다니까요."

장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다운받으시우. 난 안 주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따로 봐둔 사이트도 없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조금 누그러진듯한 장인은 얼마 후에야 애니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애니다.

집에 와서 애니를 틀었더니 동생은 장인의 솜씨라고 야단이다. 평범한 애니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 애니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동생의 설명을 들어 보니, 자막이 너무 많으면 화면을 가려 작화가 가려지고, 자막이 부족하면 이해가 어려워 오해하기 쉽단다. 요렇게 제대로 된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장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금장 감사합니다.
불닭볶음면남편 보고있나?

일본만화인데 일본어를 다 덮어씌워 한국어로 만들어놓아 애니깎는장인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방망이 깎던 노인 !! 수필이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