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정말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칭찬 받는 우리 남편이 뺑소니사고를 당했다.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남편이었는데 전신마비에 뇌성마비까지 와서 현재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 근육 조금.. 끝없는 병원비에 그간 모아놓은 재산은 물론 처음 장만하고 기뻐했던 단란한 아파트마저 앨범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 반지하 단칸방이지만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기에 근근히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날 이후 행복을 잃었다. 육체적인 어려움은 내가 손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면 되는데 그이의 웃는 얼굴은 되찾아 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활치료중 입으로 붓을 잡게되었고 남편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보였다. 그 어느때보다도 힘이 나고 행복했다. 그림은 엉터리였지만 내 눈에는 그 어느 명작보다 멋있었다. 남편에게 더 용기를 주고 싶고 감사해서 조금씩 모아온 돈으로 새 붓을 사줬다. 항상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함에 미안해하는 남편이 힘들게 입을 떼며 어디서 새 붓이 났냐며 걱정어린 눈빛으로 얘기했다. 순간 미안해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아니 당신 그림을 인터넷에 올려봤는데 어떤 사람이 너무 맘에 든다며 팔면 안되겠냐고 해서 당신 몰래 팔았는데 미안해 미리 말 안해서.." 남편은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처럼 기뻐하며 고마워했고 그 이후 나는 남편을 기쁘게 하기 위해 그림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막상 올릴 수 있는 곳은 나와 친숙한 중고나라..밖에 생각나지 않았고 남편 작품 마다 멋진 이름을 지어 올리게 되었다. 물감하나 살 수 있는 돈이 모였을때마다 그림이 팔렸다며 가지고 가면 그날 남편은 급격히 호전되어 나을 것 같은 희망이 보였다. 그게 중독이 되어 나도 모르게 판매가를 높이 올리게 되었고 이제 남편은 내가 만든 세상 속에서 유명 화가가 되었다. 어떻게 멈춰야할지.. 멈춰야할지 아님 계속해야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더이상 물감 살 돈도 모이지 않는다. 남편이 미소를 찾아가는데 나는.. 더이상 이 끝없는 굴레안에서 기쁘지 않다..

그림 제가 사겠습니다!!!!!!

미친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