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등학생 시절에... 미치게 책을 읽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해 점심 밥 사먹을 돈도 없었다. 
어린시절 부모님 이혼하시고 각자 재혼하시는 바람에 6살 무렵부터 할머니댁에 버려지 듯 맡겨진 터였다. 할머니는 나를 미워했다. 폭언과 학대속에서 그야말로 방치된 채 매 순간 위태로웠으나 죽을 위기는 모면했다. 죽도록 괴로웠으나 삶이 그보다 더 질기게 나를 묶어주어 낭떠러지 같은 곳에서도 차마 굴러 떨어지진 않았다. 친척에게 성적학대를 당했고 제대로 먹지못해 바싹 곯은 몸이었지만 그 누가 나를 돌보아주지 않았어도 정신만은 또렷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자라났다. '죽지말고 살아라'고 누군가 말하는 듯 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늘 죽고싶었다.

학교에 내는 회비도 죄송해서 장학금을 타서 내고 있었다. 읽고자 하는 욕구는 넘쳐나는데 주어진 환경이 늘 앞길을 가로막았으며 미움받는 아이였던 나는 패배감에 휩싸여 내일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나는 약했고 가난했고 무지했지만 열망만 있었다. 열망이 나를 죽지않게 붙들었지만 어떨 때는 그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고 슬프게 했다. 사는 이유를 몰랐다.

어느 날 시내에 큰 교보문고가 생긴 걸 알게 되었다. 무엇에 이끌리듯 처음 가본 그 곳이 나한테는 마치 천국이자 깜깜한 어둠속에서의 한 줄기 구원과도 같았다. 무수한 책 속에 파묻혀있을 때만 나는 제 나이 또래의 생기를 되찾았고, 책 속에 모든 것이 있다는 말을 진실로 통감하며 그 안에서 내 길과 삶의 책임을, 존재 이유마저도 깨달았다. 그날부터 학교 마치자마자 버스 타고 달려가서 폐점시간까지 꿋꿋이 버티며, 앉아서 서서 온갖 종류의 책을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대로 닥치는대로 읽었다. 9시 20분쯤이면 굿바이~굿바이하며 폐점을 알리는 노래가 흘러 나왔는데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갔던지, 아쉬워서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어른이 되었고 어디에도 묶여있지 않기에 진정한 의미로 자유롭다. 조건없이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이를 만났고 내 천분과 관련된 일을 하며 크고 작은 인정을 받는 것이 스스로 뿌듯하며 자랑스럽다. 

그런데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일의 시작에 바로 저 기업가의 정신이 있었다. 책 한 권 살 돈도 없는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에게 마음껏 읽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보이지 않는 선한 의지가. 
그것이 내 삶에도 부드럽게 침입하였고 자연스럽게 작용하였으므로 겨우 딛고 일어나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나는 그처럼 내 일과 재능으로 누군가를 돕고자 하며, 선한 의지가 이처럼 계승된다는 것을 이 세상에 떳떳이 보여주고 싶다. 지금 괴로운 이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해답을 찾는 이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이제 배우지말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선한 의지를 나누자고 말하고 싶다.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다 책 속에 있다.

진정 책을 많이 읽으신 듯 그 힘이 문장에 뭍어 나오네요

교보 직원입니다 실제로 문고는 수익성이 좋진 않다고 하더라구요.. 워낙 비싼 곳에 위치하고 있고, 도난도 아직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님의 '국민교육진흥, 민족자본형성' 이라는 창립이념이 있기에 교보문고는 아직도 서울의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하며(광화문, 강남 등) 많은이들에게 추억과 배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현 회장님도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구요 추가로 광화문글판도 삭막한 도심의 단비같은 메세지를 주고 있답니다^^ 교보문고 오시면 교보빌딩 1층 정면에 있는 글판도 한번 보고 가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