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창문사이로 뼈를 두드리듯 불어들어오는 겨울바람에 나는 눈을 뜬다.
방안의 온기는 이미 사그러진지 오래였고 헤질대로 헤져버린 낡은 이불은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어 오히려 몸을 차갑게만 할 뿐이었다.
등골이 시리듯이 차가운 방바닥에서 새우잠을 잔 탓일까?
온 몸이 부서지듯 아팠지만 눈을 뜬 김에 나는 일어나기로 했다.
움직일 때마다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나는 몸을 부여잡고 일어나 방 한켠의 화장실로 갔다.
그리곤 녹이 슬어 잘 돌아가지 않는 수도꼭지를 힘껏 돌려 물을 틀었다.
아니... 물을 틀려했다.
수도세가 밀릴대로 밀려버린 수도꼭지는 야속하게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나지막히 욕을 내뱉고는 그대로 화장실을 나와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앞에는 얼마나 입었는지도 모를 만큼 허름한 점퍼와 쓰레기통에나 들어 있을 법한 구멍난 신발 한결레, 그리고 오랫동안 써 누렇게 변색되어버린 페트병 한통이 놓여있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점퍼와 신발을 신고 페트병을 들고는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현관문을 닫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허름한 점퍼를 뚫고 들어온다.
나는 허리 한쪽에 페트병을 끼우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다 문득 주머니속에서 만져지는 것을 꺼내었다.
나온 것은 500원짜리 동전 2개와 천원짜리 한 장 그리고 영수증 한 개.
영수증엔 어제 갚았던 돈 액수가 적혀있었다.
1,000,000원...
생전 제대로 써바지도 못 한 액수의 돈이지만 이 금액을 2년동안이나 매달 갚아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어깨가 절로 무거워진다.
나는 힘껏 영수증을 구겨 땅바닥에 내팽겨치듯  영수증을 버린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정처없이 도착한 곳은 집 앞의 PC방.
PC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갓 20살로 보이는 여자가 째릿하고 쳐다봤지만 그 시선을 무시하고는 자연스럽게 정수기로 가 가져온 페트병에 물을 담았다.
한창 물을 담고 있을 때 문득 주인없는 자리의 컴퓨터가 눈에 보였다.
나는 물을 반 쯤 담은 페트병을 내려놓곤 홀린 듯이 그 자리에 앉아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손에 익은 듯이 익숙하게 몇 번의 클릭으로 자주가던 사이트를 키고서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콩팥 하나 얼마 하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동훈 민정 상빈 사랑한다 친구들아

별주부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