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널 좋아했어. 나랑 사귀자."
당황스러웠다.
3년간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로만 느껴졌던 그가 한번도 본 적 없는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고백해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혹시 장난인가 생각되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평소 장난기 넘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그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그 모습이 나는 더욱더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언제부터 나를 여자로 보고 있었을까?
나는 단 한번도 그를 남자로 본 적 없었는데...
"그.. 그게 미안, 나 남자친구 있어."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그는 놀란 눈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표정은 '언제부터?'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사실은 거짓말이야...
나도 모르게 나온 거짓말에 심장이 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렇구나..미안해. 이런 소릴 해서..."
그의 대답에 정신이 든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날 배려해주는 게 틀림없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그..그럼 먼저 갈게.."
그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언제나처럼의 장난기 넘치는 말투를 흉내냈다.
멍청이..전혀 닮지 않았잖아.
나는 뭐라고 말해줘야할까..
친한 친구를 잃기 싫다고?
관계가 바뀌는게 무섭다고?
전부 바보같았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바보가 된 기분이다.
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무언가를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머리에서 나오는대로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가 없어도... 너와는 사귀지 않았을 거야..."
....실수했다.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너무 단호하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얼른 말을 덧붙이려고 그를 쳐다봤다.
그는 슬픈 표정과 씁쓸한 표정이 섞인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표정이 나에게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래, 고마워. 미안했어."
그러고는 뒤돌아서는 그의 눈꼬리 끝에는 보일듯 보이지않는 반짝임이 보였다.
아마 눈물...일지도 모르겠다.
"아.. 그... 저기.."
나는 뒤돌아서 돌아가는 그를 부르려다 이내 관두었다.
불러세운들 상처를 늘리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한참동안이나 지켜보았다.

남자: 사실 너와 사귀자는건 농담이었어
 지금 썸타는 여자가 있는데 ㅋㅋ
 그냠 너 반응이 궁금했던거였어 ㅋㅋㅋ
 친구로 잘 지내자 ㅋㅋㅋ

여자: 친구도 싫어 

남: !!!!!!!!

확인사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