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눈에 보이는 경계까지를 자신의 세상으로 규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닌 사람은 자신이 본 것만큼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죠.
나이가 많은 사람은 자신이 살면서 보고 겪은 일들이 과거가 되고, 잊혀지는 것을 보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어린아이에게 있어서 세상은 놀랍고 신기하고 무섭고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 모든 불확실한 세상에서 단 하나의 안전하다고 여기는 세상이 바로 가정입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자세히보면 차이가 나타납니다. 보통 부모님 밑에서 평범하게 자란 우리는 어릴적 부모님이 만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을겁니다. 아플때 아프지 않게 해줬거나, 배가 고플때 맛있는 간식을 해줬거나, 길을 잃었을때 내 이름을 부르며 찾아주거나, 곤란한 일이 있을때 날 지켜주거나...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가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낍니다. 어른도 그렇겠지만 아이들은 더하죠.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정이 있으니 불확실하고 의심스럽고 두근거리고 신기한 세상에 나가서, 자신의 손이 닿는 부분을 넓혀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혼이란건 그런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박살내는 일입니다. 이혼은 나빠! 아이를 위해선 절대로 해서는 안 돼! 그건 범죄야! 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합의이혼이던 일방적 책임으로 인한 강제이혼이던, 잘 살아라, 라는 말로 끝난 쿨한 이혼이던, 상대를 저주하며 끝난 파혼이던, 그 어느 경우에도 아이는 고통받습니다.

어린 아이는 기억도 못 할꺼라는 건 개소리라는거 다들 아실테고, 어느 정도 자라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도, 성인이 되기 직전의 청소년들도, 아니 어쩌면 이미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온 청년들도 어린 시절의 심리적 안정의 기원이 되어주시던 부모님의 이혼은, 사람에 따라선 감당하지 못 할만큼 충격적인 일일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건 아니고 내가 10살때 거의 일년내내 싸우다시피 하셨는데 그때 이후로 부모님이 장난으로만 싸워도 화나고 짜증남. 내가 화내면 뭐 그거갖고 화내냐 그러고 예전이야기하면 다 옛날인데 뭘 그러냐고함
당사자들은 그저 스쳐가는 싸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애들앞에서는 싸우는거 아님. 아니면 적어도 지새끼 잘 챙겨 주던가. 왜 지들 싸움에 애들이 피해받는지 아직도 이해못하겠음

저희집은 굉장히 가부장적인 집인데다 아버지의 다혈질이 심해 툭하면 화내고 어머니를 때리고 집안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어릴때 "이혼한다" "죽여버린다" "집 불태워버린다"는 말때문에 잠도  못들고 성인이 된 지금도 트라우마가 되어 잠을 못잘때가 많은데 어차피 형제들도 다 성인이라 이제 다 자립하는데 이렇게 살 거 그냥 이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버리네요.. 같이 사는 게 더 불행하다면.. 요즘 젊은 분들은 처신을 더 잘하리라 믿습니다.. 일탈하거나 성격이 겉으로 티나게 이상해지지 않아도 혼자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갈수도 있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