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생입니다.
11월 몇일까지 검사를 안받으면 벌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다음주 수요일에 일정을 잡아두었습니다.
근데 정말로 가고 싶지 않네요.
그저 제 발목을 잡아끄는 의무라는 속박때문에,
법이라는 길 위에 갈래길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제 스스로 불타는 철판 위로 나아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군대가기 정말 싫습니다. 무섭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죠.
하지만 아무리 싫어도 결국에는 갑니다.
왜냐하면,
군대가기 싫다고 이야기하면,
남들 다 가는데 너는 왜 안가.
안죽어, 사람 잡는데 아니야.
나중에 문제된다.
등등
주변 사람들은, 우리 사회는, 갖가지 말로 저를 비롯한 병역대상자들을 옥죄이고 협박합니다.
저는 뒤로 돌아서서, 왔던 길을 돌아보며 다른 길을 찾아보고 싶지만,
제 등을 떠미는 여러개의 손들이 어깨를 밀치면서 돌아서지도 못하게 합니다.
그렇게 앞만 바라보게 된 제 눈 앞에 보인 것은,
지뢰로 발목이 잘렸지만 제 돈으로 치료하게 될 뻔했던 청년과,
사망사고가 일어났지만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바쁜 '그들'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꼭 안좋은 일을 먼저 생각하게 되어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것에 먼저 눈이 가고, 그렇게 머릿속에 떠오른 천사와 악마 중에서 결국 악마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잦습니다.
저도 악마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손은, 이 사회의 기준에 따르자면 악마의 손이기 때문에, 악마라고 칭하겠습니다.
그렇게 속에 악마를 품은 저는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들의 집단이 우리에게 신뢰를 줬다면,
이득을 줬다면,
불편한 평등을 낳지 않았다면,
저는 오히려 사람이라면 갔다와야지, 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그러나 제 앞에 놓인 현실은 무엇입니까?
남들 스펙 쌓는 동안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회와 단절된 장소에 갇혀 1차원적인 욕망을 갈구하고,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 소중한 제 인생과 시간을 낭비하고 오는 곳입니다.
제게 군대란 그런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하실 수도 있겠지요.
그래요. 제 생각처럼 나쁘다면 그곳은 사람이 살 곳이 못됩니다.
진작에 뒤집어져서 불타오르고 없어졌어야 마땅한 곳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거기서도 배워올 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겠죠.
하지만 모든 사람한테 그 배움이 필요할까요?
그 배움이 모든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 될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벨상의 수상자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기업인도,
제 지식이 닿는 한에서 그 덕택을 보고 성공한 사람은 왜 아무도 없는 걸까요.
애초에 그 배움이 정말로 필요했다면 공익이고 면제고, 전부 현역으로 입대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아직 20년도 살지 못했고, 철이 든 시간부터 따지자면 15년도 안될지 모릅니다.
저보다 10년 20년 더 살아오신 분들의 입장에서 제 글을 보면 비웃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해서 아직 우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하늘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개구리니까요.
하지만 저는 모를 뿐이지,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바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저보다 오래 살고, 경험을 쌓으신 분들도,
제게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전혀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북쪽 괴뢰집단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그렇다면 오히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완충제로써 사회의 스트레스를 전부 감당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집지키는 개' '군바리' 등등 의 표현은 맞는 표현입니까?
맞지 않다면, 그들은 군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슨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의무이기 때문에, 아무리 개돼지처럼 굴려도 사람이 들어온다는 점에 의존해서 아무렇게나 방치해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환경미화원은 매일 이른 새벽부터 청소를 합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시간에도 청소를 합니다.
지나가던 생각없는 엄마가 아이에게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 엄마를 생각이 없다면서 욕을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글을 올립니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을 고쳐봅시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이른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와 길거리를 청소합니다!'
'정녕 존경해야할 사람은 저런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이제 사람들의 입에서 그 엄마가 지껄였던 것처럼, 생각없는 말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 해결된 일일까요?
사람들은 정말로 환경미화원을 존경하며 그들을 영웅처럼 생각해줄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군인에 대한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당한 상태입니다.
신뢰하지 못할 그들의 집단은 말로만, 글로만 군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자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자신들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 부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그것을 은폐하려고만 들뿐입니다.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양치기 소년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소년은 아직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듯 저에게 군대는
가봤자 아무런 의미도 이득도 없으며,
마땅한 명예도 대우도 없고,
오로지 위험과 거짓만이 존재하는
무능력, 무가치, 무책임 그 자체의 아이콘으로
뇌리에 새겨졌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마땅한 이유가 없는 이상 전 언젠가 그곳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하겠지요.
이 나라가 싫다.
역시 헬조선이다.
참고로 전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자는 의도로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그저 병역의 의무를 앞두고 있는 학생으로써 제 생각을 글로 표현한 것뿐입니다. 혹시 제가 잘못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십시오. 하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며 따지고 드는 것은 무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