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914886No.98962018.02.23 15:41

처음엔 모든것이 좋았다 그는 혹여나 내가 떠날까 내게 다정했고 조심했다. 나도 같았다. 조심했고 한없이 다정했으며 그게 영원하길 바랬다. 한번 스크래치가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우리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지치지않게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고 맑기를 바랬다. 그래서 나에게 조금의 서운함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상대도 내게 그러길 바랬다. 준만큼 돌려주지는 않아도 그저 말이라도 안서운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만 바랐다. 그러나 갈수록 그에 못미치는 언행이 야속하여 처음엔 다그쳤으나 그럴수록 점점 더 어긋나버렸고 이제는 더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게되었다. 이 사람은 말만큼이나 정말 날 사랑하는게 맞을까. 나를 좋아하기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가 매일했던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렸다. 처음엔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차이일거라고 그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그렇게 믿고싶었다. 그러나 정말 좋아하면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고. 홀로 눈물을 삭히며 밤이면 베갯잎을 적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사람은 나와 미래를 꿈꾸진 않는다는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사람 마음은 강요해서 되는게 아니니 내가 말한다고 달라지는건 없다. 진퇴양난이었고 동시에 모든게 비참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만큼 나도 당신에게 사랑받고싶었다. 그 기대를 버리자니 함께할 이유가 사라지는거나 마찬가지였고 버리지않고 갖고있자니 한없이 괴로웠다. 그러나 떠나지도 못한채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는 날 보며 지독한 우리에 갇혔다고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길뿐이었다.

그래 이런게 연애였다. 처음에는 한없이 좋다가 한없이 괴로워지는걸 반복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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