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그대를 - 강정.

285373No.141162018.09.22 15:52

잊지 마세요 더 많은 걸 잊어야 할 때가 올 거예요 그대 기억 속에 피는 꽃이라고 말하진 마세요 더 크고 넓은 꽃잎들을 그대는 잊어야 할 거예요 난 그대에게 줄 게 없었어요 피도 눈물도 내 것은 하나도 없는 몸뚱이를 그대가 가졌으면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요 유일한 그대 사랑이고 싶었던 날, 없는 우주와 없는 바닷속에서 숨쉬려는 그대는 찾고 싶지 않았겠지요 세상 어디에도 나는 없어요 그대가 내 속에서 달아나버리니 내가 또 있겠네요 없는 세상이 정말로 없어져버렸으니까요
 
 다시 올 거라고 믿어요 오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새들이 아침마다 내 방 창틀에 붙매어 우는데 무어라 답해드릴까요? 지난밤 악몽 속에서도 그대는 멀쩡히 아침 출근을 하고 나는 다시 악몽의 꿀단지 속에 빠져들어요 깨어나면 정오가 넘어요 점심 먹으러 가는 그대가, 아 없어요
 
 그래도 나는 아직 그대 꽃병 속에 박힌 봄꽃이에요 봄이 가도 나는 안 가요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대가 가지 않는데, 없는 우주 없는 바다 한가운데 그대가 떠 있어요 아직은 죽지 마세요 내가 붙들어드릴게 잊지 마세요 잊어야 될 더 많은 걸 들고 내가 그대 속에 살아 있으니


고독한 마음에게 - 론리하츠클럽
좋아요 0 0
이전19611962196319641965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