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외로웠을까.
이른 새벽 강가를 걷는 당신 뒷모습을 좇으며 당신의 외로움이 어느 만큼인지 궁금했다.
걷다가 나무 아래 멈춰 서고 걷다가 다시 나무 아래 멈춰 서는 당신.
뼛속까지 외로웠을까. 그럴때면 당신 마음은 어찌했을까.
그럴때면 당신 마음은 당신 마음에게 잘해주었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은 반지 하나를 사고 싶어했다.
그냥 손가락이 허전해서라고 했다.
"선생님, 그 반지 끼고 외로우면 어쩌시려구요?"
"외로운 게 뭐가 대수라고, 외로우면 좀 어때.외로워쥐쥐."
그래, 외로워봤자다. 외로움은 다가 아니더라.
언젠가 당신에게 불쑥 물었다.
그런저런 말들이 지나간 후였다.
"선생님, 어떻게 사셨어요?"
"견뎠지, 뭘 어떻게 살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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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 냉정하게 자신을 누르는 음성이었다.
아마득한 당신 세월은 이런 방식으로 눌린 채로 냉담히 아득히 굳었을 것이다.
건배할 때마다 당신이 자주 했던 말, 그 말도 그래서 생긴 말이었을까.
어쩌면 당신의 마음을 빗는 도구이기도 했던 그 말
"즐겁게 살자."
고백하자면 나에게 그 말은 힘든 말이었다.
당신이 애써왔던 삶을 쏙 빼닮은 말 같아서였다.
당신이 황망히 떠나고 당신의 빈집을 찾았을때 당신은 없었다.
당신의 집에 당신의 표정이 없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은 우리와 이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전화가 고장난 것이다. 잠시 연락이 어려운 것이다.
멀리 한번 던진 공을 잃은 것이며 여행가방을 잃어버린 것이다.
당신, 여행가방을 찾아 돌아올 때는 길을 잃지 말기를.
당신, 잠시 거짓말이었다며 얼른 우리 앞에 나타나기를.
그래도 당신에게 하나만 묻겠다.
이 벌판에서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외로웠던가. 마당에 풀 번지듯 번지는 외로움이었을까. 탁해진 눈가를 닦을 때에도 컴컴하게 쳐들어오는 외로움이었을까. 그 외로움에는 그래도 단맛이 섞였을까.
그래서 당신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가
"외롭지 않으면 또 무엇으로 살아요?"
당신은 그 외로움의 힘으로 가장 멀리 가겠다는 것인가.
훨훨, 당신이 가고자 했던 곳들을 당신은 지독히 밟으며 다닐런가.
이병률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中 - 높고 쓸쓸한 당신.
얼마전에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방을 다시 예쁘게 꾸며주시고 가셨어요.
책장도 새로 사주시고 스탠드, 작은 테이블 모두 다 바꿔주셨어요.
거실로 책을 옮기면서 아빠가 묻더라구요.
가장 많이 읽은 책이 뭐냐고...
그냥 그순간 눈에 가장 띄는 책을 말했어요.
그게 이병률님 책이네요.
문득 얼마전부터 아무렇지 않은 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책.
아무렇지 않게 웃기고,슬프고 뭐 그런 책들
책을 읽다가 반지 얘기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어요. 저기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분이 진주 반지를 골랐거든요.
그래서 이병률님이 외로우면 어쩌려구요.. 묻는 거고
시계 얘기에 친구에게 화났다며 얘기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더 화내며 채찍질하던 사람이요.
그 시계말이에요. 모른체했지만 그 사람이 가장 빛났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모습 그런 의미였다는거.
또 쓰다보니 삼천포로 빠지네요.
당분간 아무렇지 않은 책들을 소개할 생각이에요.
이번에도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저는 지금 좀 헛헛하고 또 심술이 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