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들어주세요ㅎㅎ

995950No.171842019.03.01 22:24

저는 말할 때 목소리를 떨어요. 많은 사람들 앞 큰 무대에서 말하는 긴장된 상황이 아니어도 가족들이랑 얘기를 나눌 때도요. 병명은 연축성발성장애. 아직까지 완치를 할 수 있는 치료법도 없고 목에 보톡스 주사를 맞아서 잠깐의 몇 개월 동안은 힘들이지 않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이것도 케바케라 효과가 전혀 없을 때도 있고 보험 적용이 안되어서 많이 부담되는 가격이에요.
이런 저에게 부모님이 실망하실까 봐 이야기도 나중에 가서 하게 되었어요. 친구들에게는 아무말도 못 했고요. 가끔가다 목소리를 왜이리 떠냐고, 우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속상해요. 차라리 눈에 보이는, 아니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병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 무슨 잘못을 했길래 말 한마디를 편하게 못할까. 이제 졸업을 하면 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면접은 어떻게 보지. 23에 갑자기 찾아온 이 병 때문에 밝았던 저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무서워졌어요.
그래도 백만원돈의 음성치료를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받아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심리적인 문제도 있다는 말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영화제 봉사활동도 지원하고 원래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공부도 하고 있어요. 면접 때마다 제 떠는 목소리를 들으면 다들 긴장하지 말라는 소리를 꺼내요. 면접이 끝난 후면 제가 노력해온 게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무너질 거 같아요. 어제도 교육원에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왜 이렇게 떠냐는 소리를 들었어요. 다들 편하게 말하는 자리에서 나만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제 목소리가 이렇다고 해서 자책만 하고 멈춰있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끔가다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그냥 어디 말할 수 없어서 항상 저에게 웃음을 주는 개드립에 글을 써봅니다. 언젠가는 말 한마디를 꺼낼 때 목이 조이지 않고 내가 말하고 있는 걸 신경 쓰고 있지 않는, 편하게 말하는 날이 오겠죠?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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