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글 보니까요.

925587No.200042019.06.27 02:18

어그로 글이 될까봐 걱정인데요.
저는 가난한집 둘째 아들로 태어나서 두명은 공부 못시킨다 첫째라도 공부시키자 해서 학원도 거의 못다녔고 어차피 공부에 관심도 없어서 체대를 가야겠다 하다가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형은 더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제가 일반대학을 가게 되었어요. 뭐 하위권이 가봐야 지방대 야간이죠. 그리고 흔하게 보는 취업도 안되고 박봉 그런 인생을 살다가 나중에 다시 공부도 더하고 늦은 나이에 연애도 시작하고.
전엔 너무 가난이 싫고 부모님이 밉고 받은 차별이 서럽고 세상은 왜 이런가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마음 고쳐먹고 다른 생각안하고 그냥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정도 안정도 되고 포기했던 가정을 가지는것도 가능할것 같아 연애도 하고 행복합니다.
부모님 더이상 원망하지 않고 그냥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만약 내 부모님께서 능력도 안되는데 무슨 애를 가지냐 하셨다면 지금 제가 이런 행복을 느끼는 행운은 없었겠죠.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큰 지원을 받지 않고 이십대 삼십대 초반에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내 부모님은 오십이 넘어서 형편이 좋아지셨어요. 나는 악착같이 살아서 서른 후반에야 숨통이 트였어요.
우리는 조금 이른 나이에 원하는 것 만큼 가지지 못해서 한탄을 하는건 아닐까요? 내가 아이를 가지지 않는건 나의 선택이지만 남의 선택을 잘못이라고 판단하는게 옳은걸까요? 아버지께서 돈을 못버는 날이 계속되면 외상으로 식료품을 가져오시던 부모님을 비난하는게 맞을까요? 몇몇 분들이 말하는 아이를 가지면 안될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도 커서 행복하게 잘 지낼수 있잖아요. 내가 잘 지내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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