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기억..

316082No.220992019.10.04 20:56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참 무서운 존재였다.
자수성가한 기업인. 큰아버지도 고모부도 일가를 일으킨 아버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자신에게 철저하고 나와 내 여동생 오랜 시간동안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원하는것은 조금도 타협하지 않으셧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항상 일하셧다.
기대에 부흥하는 성적이 안됬던 나와 내동생은 넓은 펜트하우스가 하나의 거대한 형틀 같았다.
우린 아버지를 미워했고 그분의 불편한 사랑을 증오했다.
내 아내는 결혼전까지 아버지를 만나는 날마다 눈물 범벅이었다.
결혼후에도 사소한 실수에도 바로 고함이 터져나왔고 상이 날아가기 일수였다.
친자식들도 어려운데 내 아내는 오죽했으랴.
결혼후 2년차에 딸을 낳았다.
내 생에 아버지의 세번째 결근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장례 이후 처음이었다.
아내는 웃고있었고 아버진 울고계셧다.
이후 내 앞에서는 여전히 고성과 쌍소리 재떨이가 날아다녔으나
아내라도 본가에서 존중받아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어느날부턴가 본가에 간다하면 항상 일찍 일을 정리하시고 집에 계셧으며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에매한 선물들을 항상 들고 계시는 아버지를 봤다. 하지만 서재에서 나오진 않으셧다
아이가 조금 커서 배를 대고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추석날이었다. 가족들이 모여 식탁이 아닌 상에서 밥을 먹고 있었고,
추석이라 집에 일하시는분들이 없는관계로 아내 어머니 동생 고모 는 부엌에서 일하다 식사하셧으리라.
아버지는 내 딸아이를 안고 식사하고 계셧고..
팔을 휘두르다 식사하시는 아버지의 팔을 쳐서 음식이 떨어졌다.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국민학교 입학 전이었으니 동생은 서너살이었으리라.
음식을 흘리며 먹는다고 발가벗겨져 쫓겨났었지
그날 아버지에 노성에 세상이 빨갛게 보였었다.
동생과 함께 팬티바람으로 아랫집에 가서 아줌마를 붓잡고 서럽게 울었더랬지
아무 생각도 안났다.
무작정 딸아이를 들쳐안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아니 도망쳤다는게 옳다
그런 통제불능의 역정…. 아직 어려서 기억을 못하겠지만
이대로 연을 끊더라도 그런 경험을 주고싶지 않았다.
무작정 차를 몰고 목적지도 없이 떠났다
카폰으로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님이 마누라 버리고 도망가는 놈은 등신중에 상등신이래"
아차…내가 상등신이구나…차를 돌려서 집으로 돌아갔다..
마누라 데리고 다시 도망치듯 빠져나올 생각이었지만…
차고 입구에 이미 아버지가 서 계셧다
난 오늘 처음으로 싸우리라. 아무리 강대하여 조금의 흔적도 못내고 홀로 산산히 부서진다 하여도.
각오를 다지고 차에서 내렸다.
"참 미안하구나 그땐 아빠가 철이 없었다. 너무 어렸었지"
"아닙니다 사장님. 그러실만 했습니다"
나도 모르겠다 뭔가 화내시는것보다 더 크게 잃어버린것 같았다.
가슴한켠에 구멍이 뚫리는 느낌이다.
취직하고 회사에선 사장님 집에선 아버지.
집에서도 사장님으로 부르기 시작한건 내 소소한 복수였지 벌써 몇년...
신경도 안쓰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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