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전역을 했지만, 병무청의 전산오류로 인해 복무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재입대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쌍팔년도 아니고 지금 시대에?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무청에서는 이등병 신분으로 남는 복무기간을 채워야 한다며 나를 군대로 끌고갔다. 전역증과 전역사진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미 말년 병장을 보내었고 전역한 것도 모자라
예비군까지 끝났는데 다시 재입대라니....
간단한 행정절차를 밝고나서 이전에 근무하였던 부대로 끌려갔다.익숙한 생활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퍼렇게 젊은 놈들이 앉아 있었다.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고 나를 이등병 취급하다니.... 분노가 차올랐다..... 그런데 한시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선 물의를 일으키면 안될 것 같아서, 참고 또 참았다.
요즘엔 군대가 좋아져서 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이렇게 억울한 마음을 글로나마 쓸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
부대에는 다행히 예전에 보급관으로 있었던 김 하사가 아직 부대에 남아 있었다. 억울한 사연을 알릴수 있었고 드디어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김 하사가 상급부대에 한번 말해 보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일은 당분간 모른척 해달란다.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어제는 어떤 병장놈이 시비를 털었다. 사회에서 뭐하다가 나이먹고 들어왔냐고 나를 비꼬았다. 병장놈에게 정중하게 설명했다. 전산오류로 잠시 들어온거라고 조만간 다시 나갈거라고... 그후에 중대장하고 면담을 했다. 무슨 있냐고 하더니 나를 관심병사 취급을 했다. 억울한 사연을 설명했고 김 하사라고 얘기해보라고 말했다. 제발!!!
상황은 더 악화 되었고 부대에서는 미친놈이 되었다. 여기서는 더 있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아서 불침번 때 탈영 계획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다. 부대 뒤를 돌아 산을 조금 오르면 철책이 나오는데 거기에 토끼정도가 지나다닐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그것에서 땅을 조금만 파면 나갈 수 있다.
어둠을 틈타 산을 올랐다. 그런데 그곳으로 이동하는 도중 인기척이 들렸다. 숲풀에 잠시 몸을 숨겼다. 등뒤로 소름이 돋더니,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젖었다.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치는게 아닌가.....
침을 삼키고 뒤돌아 봤더니....
끝.
(다음편은 다시 잠들어야 알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