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니까 생각나는데..

385434No.438952022.12.20 05:01

내 첫 연애는 고등학교때.
가난한 집의 나는 가진 게 없고,
그 애는 필요한 게 많았다.

나는 늘 지각하는 그 애를 위해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그 애 집앞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어도 대답없는
그 애를 깨우고 깨워 학교에 데려갔다.

그러기 위해 한 장을 더 써야하는 승차권도
내게는 부담이었던 시절..


당시만 해도 핸드폰은 무제한이 없었기에
한정적인 통화시간은 늘 모자랐고,
내게 남은 통화시간이 없으면 그 애는
수신자부담전화를 걸어왔다.

그 애는 내게 좋은 식당에 데려가길 원했고,
좋은 생일 선물을 사주길 원했다.

나는 시급 23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월급 전부를 그 애에게 썼다.

그럼에도 부족했겠지..
어느날부터 그 애는 내게 폭언을 했고,
또 머리를 때리는 등 폭력도 썼다.

주변 친구들이 너무한거 아니냐고 할때마다
그애는 멋쩍게 웃으며 안 그래야지 했지만..
늘 돌아오는 손찌검과 마음의 상처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말까지
서슴치않고 했던 그 애..

만난지 1년이 좀 넘었을까..
지친 나는 이별을 고했고..
그제서야 후회한다며 나를 붙잡는 그 애를..
친구들은 안타까워했다.

그 애와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도
10년을 넘게 그 애를 미워하고 증오했다.
같은 이름 비슷한 외모의 사람만 봐도
치가 떨릴 정도로..
나를 갉아먹으며 살았네..


시간이 더 지나고 그 일은 묻혀지고
나는 이제 정착하여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내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는
그 애라는 아픈 가시..


그게 내 첫연애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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