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일 되기 3일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사람의 촉이라는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제가 객지에서 일을 해서 2주에 한번씩 고향을 내려가는데 내려가서 바로 본가 들렸다 그친구 보러가고...근데 그날은 느낌이 쎄하더라구요. 아니 본가 내려가기 며칠 전부터 느낌이 왔죠. 그친구를 믿었기에 핸드폰을 진짜로 잘 보지도 않고 신경도 안썼고 더군다나 그친구가 핸드폰을 바꾼뒤로 비밀번호 알려고 하지도 않고 지문 등록도 하지않았는데...고향 내려가고 밥먹으러 들어가서 그날은 꼭 봐야겠다라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그친구한테 비밀번호 뭐냐고 물어봤는데 머뭇머뭇 거리더라구요. 결국은 알려줘서 바로 카톡부터 봤는데 맨위에 다른남자랑 카톡 한게 보여서 바로 확인하니까 어느센가 제가 그친구의 남자친구가 아닌 동네 친한오빠가 돼있더라구요. 그리고 위로 올려보니 둘이서 하트 날려가며 우리 언제봐 이런 카톡들...바로 너 혼자 다 먹고 나오라고 소리치고 나왔는데 따라 나오면서 붙잡는거 뿌리치고 집에가다 다시 뭔가 화나고 분하고 그래서 다시 식당 앞에 갔더니 그 친구가 나오고 있더라구요. 손에는 제가 곧 있을 900일을 위해 집앞에서 기다리다 숨어있다 준 꽃다발을 들구요. 그 꽃다발 보자마자 집어서 바닥에 내팽겨 치고 주머니에 집에 데려다 주고 마지막에 줄 손편지까지 그 친구 앞에서 찢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끝나고 사진정리 하려는데 못하겠더라구요. 사진 하나하나 우리가 어디를 언제 갔는지 생생히 기억나고...끝내 1주일이 지나서 오늘 밤에 이제 장리해야지 하고 사진첩을 내리는데 갤러리의 3분의 2가 그 친구와 나눴던 추억이라는 거에 가슴이 먹먹해지고...결국은 다 지웠습니다. 900일이라는 시간을 그 친구와 함께하며 그 이상을 바라 봤는데 끝이 이러니 그 친구와 끝난지 1주일이 지난 지금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했던 카톡, 점심은 뭐 먹었고 오늘 하루는 어땠고 서로 나누었던 대화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니 참 허무하고 가슴 아프네요. 아직까지 그친구가 장거리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라고 이해하려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그러네요.


비도 추적추적 오고 술도 한잔 하고 그친구와의 추억을 정리하며 쓴글인데...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그래서 매일매일 유일하게 보며 웃는 이곳에 나마 술기운에 하소연 해봅니다. 웃고 즐기는 공간에 이런 글 써서 죄송합니다.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힘내쇼 형씨

전 이제 나이 마흔이 얼마 안남은시점인데
사람, 인연 같은거 시간이 다 해결해줍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길..
오히려 지난날 추억 할수있게 해주는 그 사람이 지금은 잘살고 있나 하고 문뜩 생각나는 정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