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아빠가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팔다리가 마비되는거 같고 등이 안펴져서 119불러서 응급실 왔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어요
집에서 나서는데 뇌출혈인가? 뭐지? 별별 안좋은 생각만 드는 제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스스로 내따귀를 때려가며 응급실로 갔었어요

도착하니 엄마는 너무 놀라서 몸도 못가누고 있어서 보호자 1명만 들어갈수 있는 응급실엔 제가 들어갔어요
응급실에 들어갔을때 아빠 상태는 말도 살짝 어눌하고 스스로 다리도 못움직이고 손에 힘도 안쥐어지더라구요
제가 오기전에 머리부터 MRI를 찍었다는데 뇌는 문제가 없다고 했답니다
엑스레이를 3번을 찍고 피검사, 소변검사, CT촬영까지 했는데 이유도 모른채 아직도 몸은 못움직이세요
신경문제같을수 있다고 목을 MRI찍으려고 대기중입니다

밤새 잠든 아빠를 물끄러미 보고있는데 73년간 고생만하고 살아온 우리아빠 인생이 너무 가여운거에요
그리고 내가 이렇게 오랜시간을 아빠를 본적이 없다는거에, 왜이렇게 늙어보이는지... 왜 이제서야 보이는지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어요
복잡하고 불쑥불쑥 올라오는 안좋은 생각이 싫어서 습관처럼 개드립을 보는데 하필 이글이네요ㅎㅎ

경황도 없고 겁만나서 얼떨떨있다가 이글을 보고 갑자기 눈물이 미친듯이 흐릅니다
원효님의 돌아가시면 돌아버린다는 태그가 가슴에 꽃혀서 말로 표현이 안되는 감정이 주체가 안되어 끄적여봅니다

제발 저희아빠 별일이 아니길... 잘 지나갈수 있기를 기도해주세요
어제밤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멈춘거같아요

단순구안와사면 대강 열흘내에 서서히 회복한다고 합니다. 뇌혈관질환도 긴급조치만하면 사실상 요즘은 거의 다 회복할 정도로 의사들이 대부분 잘하는 술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생겨 다시 들어와봤는데 많은분들이 걱정해주신거 보고 감사했어요
이제 아빠는 비틀거리긴 하시지만 걷기도 하십니다
젓가락질이 힘들거나 동전을 줍지 못하는 미세한 동작이 어렵긴한데 그래도 빠른속도로 좋아지고 계세요

하지만 이유는 아직도 못찾고 있습니다
2주전 교통사고를 당해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랑 주사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주사로 일시적인 마비가 왔을수도 있다고 하네요
근데 척추주사가 팔까지 마비시키는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원인불명이라 그부분은 좀더 정밀검사하기로 했습니다

원치않는데 불쑥불쑥 올라오던 불행한 생각들
해외있는 동생들의 부재와 척추 주사치료했던 의사에 대한 원망등등 사소한것들마저도 저를 괴롭게 했었던 시간이 지나고 아빠의 호전된 모습을 보니 그래도 나쁜마음들은 사라지고 다시 평정심을 가질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사한 제마음이 처음엔 살려주세요~에서 걸을수있게 해주세요~로 바뀌더니 이젠 이전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되네요
원망에서 이만큼 돌아오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채워가는 중입니다

기도까지 해주신분도 계시던데 아무 관계도 아닌저의 아빠를 위해주신 마음받아 회복이 빨리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같이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