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
기다리고 있던 그녀와 마주쳤다
머쓱해 하며 나에게 건낸 편지봉투 하나
리본이 구겨져있는 것이 얼마 동안이나 품에 넣고 있었을까
세게 만지면 뜯어질 듯 매달려 있다.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며
가지고 온 쇼핑백도 마저 건낸다.
미술학원 같이 다닐 때 내가 가지고 싶다던  파스텔 세트다
원체 말이 없어서 그녀가 날 마음 속에 품고있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 했는데
시골 구석에 살면서 내가 연애는 커녕 친구라도 사귈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바보같이 멍하게 서있던 나는
다급하게 그녀가 내민 쇼핑백을 건내 받았다.
대보름이 가까워져 어둡지 않았던 그날 저녁
"벌써 8시네... 늦었다 데려다 줄게." 라고 어줍게 말하고
"레전드네. 나도 너 좋아하는데..." 를 들릴듯 말듯 하게 중얼거리며 떨리는 눈을 이제야 마주친다.

돌: 돌연변이처럼 독특한 이름을 가진 생물은
기: 기묘한 생김새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머: 머리엔 돌기가 나 있고
리: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구나
세: 세 개의 아가미를 가진 이 생물은
아: 아득한 바다 속에서 살아가고
가: 가늘고 긴 몸체는 해초 사이에 숨기 딱 좋고,
미: 미세한 유기물을 먹으며 생태계를 유지한다.
불: 불구처럼 보이는 다리는 사실 흔적기관
구: 구부렸다 펴며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자벌레를 닮았구나
다: 다소 낯선 이 이름은 한국 토종 생명체로
리: 리드미컬하게 바다를 누비는 작은 생명체다.
원: 원시적인 형태를 간직한 채,
시: 시간 속에서 진화를 거부한 듯하다.
바: 바람이 부는 해안가에서도 발견되며
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대: 대자연의 일부로서
벌: 벌레 같지만 사실은 갑각류인 이 생물은
레: 레전드급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재능이 아까워서 그런데 야설 하나만 써주세요(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