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운 여름 날이었다. 오래된 공립학교에 에어컨이 있을리 만무했고 단 두 대밖에 없는 낡은 선풍기만이 탈탈탈 소리를 내며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종례는 벌써 끝났지만 곧장 집으로 갈 수는 없었다. 활기를 잃은 교실에 홀로 남겨진 채 멍하니 앉아 창 밖을 쳐다보았다. 열기를 머금은 바람이 땀에 전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덥다. 내 머릿 속에는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집으로 달려가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간다면 그 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아빠도 새엄마도 없는 집에 그 아이와 단 둘이 있어야만 한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났던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간만에 아빠와 외식을 하기로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전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었다. 웨이터를 통해 안내받은 자리에는 처음보는 아줌마와 여자 아이가 앉아있었다. 어리둥절해서 아빠를 쳐다보니 머쓱한 표정으로 그녀와 재혼할 거라고 말해줬다. 충격이었다.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네가 수한이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만나서 반갑다. 아줌마는.. 앗!"

나를 보고 황급히 다가와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 그녀는 바닥으로 고꾸라졌지만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건 고작 일년 밖에 안됐는데.. 인정할 수 없었다. 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때 얌전하고 조용해보였던 그 아이가 다가왔다.

짝ㅡ!

"너 어린애야?"

어안이 벙벙해서 뭐라 말할수도없었다. 아빠한테도 맞아본적 없는데 처음보는 여자 아이한테 뺨을 맞다니! 뭐 이런 당돌한 계집애가 다있나 싶었다. 반박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땐 그 아이는 벌써 자기 자리로 돌아가있었다.

"예의는 지켜. 아직 네 가족 아니야. 어리광 받아줄 의무 없어."

그 아이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꼿꼿이 앉아있었다. 분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그 아이의 앞에 앉았다. 


"어이, 학생! 집에 안가냐고!"

갑자기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흠칫 놀라 뒤돌아보니 경비원 할아버지께서 짜증섞인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여러번 나를 부른 것 같았다. 창 밖을 보니 벌써 발갛게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집에 가도 괜찮겠지. 고개를 꾸벅 숙이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염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벌컥ㅡ

"..."
"..."

조용한 것을 보니 다행히 집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괜히 학교에서 시간낭비 했네 라고 중얼거리곤 곧장 욕실로 향한 것은 내 실수였다. 아니 노크를 하지 않고 문을 연 것이 실수인가? 물에 젖은 몸을 닦고 있던 그 아이도,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나도 허공에서 시선이 얽힌 채 움직일 수 없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그 아이였다. 능숙하게 수건으로 몸을 감싸곤 말했다. 

"상황파악 됐으면 좀 나가지?"
"..."

나는 그 아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통화버튼을 꾹 누르고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야.. 우리집에 지금 동물의 왕국한다. 빨리와. 하마새끼 목욕하는 장면임.."

그 아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과라도 바랐던 것일까. 하지만.. 이 상황에 사과하면 더 민망하잖아.. 씨발..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닫고 내 방으로 오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 병신새끼.."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대충 쓸어내리고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전화번호가 잘못되어 연결할 수 없다는 소리만 작게 들려왔다.




.. 소설이라면 진짜 소설을 만들어주지..!!
해서 쓰다가 잘못 전송해서 삭제하고 다시 씀

좀 더... 좀만 더 써주게 자네... 제발..

와 왜이리 글에 현실감이 없냐
진짜인지 몰라도 소설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