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번  그알바생을 만나기위해 주문을 시킨다 그리 잘생기진 않았지만 적당한 외모에다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첫눈에 반했다 항상 말걸까 말까 고민만하다 그렇게 보낸 알바생 고민만 하다가 끝낼순없어 한번 말을 걸어 보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큰소리로 부를 용기가 없어 그를 살짝 터치하며 말을걸어보려 했는데 그는 소리치며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내사랑은 떠나갔다...

피곤한데 심장이 너무 뛰고 몸이 차가워져서
잠이 오질 않아요
2년째 PTSD 치료중인데
저도 너무나 비슷한 경험이 있고 그 장면이 너무나 비슷했거든요

투잡으로 맥도날드 배달할 때였죠
프리랜서라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 프로젝트 시작 때까지 쉬는 기간동안 용돈벌이로 하는지라
남들 8시간동안 30개 할 때 10~15개 어슬렁어슬렁 시급만 받고 다니는 중이었어요

모텔로 배달가는 주문서가 나왔는데
배달구역중 제일 먼 동네라
거기 갔다올 시간이면
주변 아파트에 두세개씩 한번에 다녀올 수 있기에욕심많은 동생들은 다들 하고싶지 않아했고
당연히 제가 다녀오게 되었죠

그 동네 모텔은 대실이나 하루 숙박보다는
대부분이 보증금 없이 월30에 지내는 '달방'이라
이름만 모텔이지 허름한 곳이 많았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저도 정말 보통의 남자사람이었습니다. 자다 일어나 오줌누러 갈 때 귀찮아서 불안켜고 다녀오는 그런..)
골목도 좁아요
골목 입구에 택배차가 서있어서 코너에 스쿠터를 세우고 걸어들어가는데
엘리베이터는 있었는데 버려진 책장으로 막아져 있었어요 이 동네에선 거의 당연한거라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한층한층마다 계단이 가장 바깥쪽에 있고
어두운 복도가 쭉 이어지는데 햇빛은 계단쪽 창에서만 들고 복도 안으로는 가까이 가면 센서등이 하나씩 켜지도록 되어있는,, 흔한 고시원 스타일이었죠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려고 계단을 도는 순간
2층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렸어요
"누구세요"
복도에서 어둡고 희미하게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 모텔 주인이었겠죠
맥도날드 배달왔다고 하니까
맥도날드가 뭔지 잘 모르시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빵 배달왔다고 했고 오백몇호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거기로 간다니까
아이고,, 하시면서
남자가 있는지 여자가 있는지 보고 오라고 하더군요 아직도 그 질문은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겠지만 올라갔어요

2층과 3층, 3층과 4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층과 층 사이 계단이 꺾이는 곳엔 저기 사진처럼 작은 책꽂이라던지 독서실책상같은 것들이 버려져있었고
쓰레기냄새가 점차 가까워졌어요
4층과 5층 사이엔
피아노나 우리 초등학교 때 교실에 있던 오르간보다 작은,, 화장대 크기의 피아노같은 게 버려져 있었고 그 의자 위에는 성경책이었는지 그저 사전같은 두껍고 큰 책이었는지 펼쳐진 채로 있었고 그 위로 거미줄과 먼지가 덮여있었어요

5층에 도착하고 복도로 들어가는데
그 모습이 저기 사진이랑 너무 비슷했어요
 다른 방들은 다 문이 열린 채 비어있었고 복도 끝에 보이는 방은 침대도 세워져있었구요,,
코를 찌르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상한음식냄새도 바닥과 벽에 베어있는듯 스물스물 올라왔어요
배달갔던 방이 그 가운데 위치해 있었고
센서등이 하나씩 켜지면서 그 방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어요
안녕하세요 맥도날드입니다
안에선 기척이 없었고 한 번 더 두드리고 
또 한번 맥도날드입니다 하고 기다리는 동안 센서등이 모두 꺼졌어요

그리고 벌컥 문이 열렸는데 방 안쪽으로부터 빛이 나오니까 사람이 그림자처럼 보이는 거 있죠
문 뒤에 숨어서 고개만 내밀고, 머리도 젖어있는 걸 보니 방금 씻다 나온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앉아서 하나씩 건네줬어요

1층에서부터 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되어있어서 고개를 들기 힘들더라구요
젖어있는 긴 머리 그리고 손은 봤는데 얼굴은 볼 용기도 나지않고 궁금하지도 않았어요
안에서 남자목소리도 들렸고..

세트 두 개에 맥플러리랑 딸기쉐이크 하나씩 추가,,
버거봉투, 감자봉투, 맥플러리 건네주고
쉐이크를 건네주는데
제 손을 딱 잡더라구요 그 손이 정말 차가웠어요
"그 건 드세요" 라고 말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도 아니고 아닙니다 도 아니고
오싹해서 무슨 말을 할 수도, 고개를 들어 쳐다볼 수도 없었고 제가 움직이면서 센서등이 켜지고 손이 보였는데 창백하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하얀 손이었어요
돈을 건네받고 얼른 거스름돈을 주고 내려오면서

2층에서 다시 그 할머니를 마주쳤어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어요"라고 하고 가려는데
질문을 더 하시더라구요
여자는 건강해 보이더냐고
제가 본 건 창백한 손 뿐이었기에
아니요, 라고 대답했고
다시 다른 걸 물으시더라구요
개는 아직 있더냐고
개는 없던데요 라고 대답하고 더 질문이 없기에
나와서 매장으로 출발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신호에 멈췄는데
해가 저물고 있는 하늘에 구름 하나가 딱 예쁘게 떠있더라구요 
그날따라 감성이 폭발했는지
괜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에 그 장면을 담았어요

그리고 매장에 돌아와서
손님이 주더라며 먹을사람 있으면 먹으라고 맥라이더들 배달준비하는 테이블 위에 두고 다른 배달을 또 나갔어요

한시간 뒤 옷갈아입고 퇴근하려고 나오는데
아무도 쉐이크를 건드리지 않았더라구요
컵 바깥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들을 닦아내고 퇴근하면서 다녹은 쉐이크를 쭉쭉 들이켰어요

그리고 그 시간 이후로 3일동안 저는 잘 수가 없었어요 여러가지 일들이 터졌거든요

모텔로 배달을 갔던 그날로부터 일주일쯤 뒤
사진첩에서 구름 사진을 보는데,,,
그 날 있던 다른 일이 벌어진 시간이라던지
제가 구름을 만나기 전,
 모텔의 그 계단을 지날 때
또다른 계단에서 있었던 일이라던지,,,

같은시각 같은 하늘아래 비슷한 장소에서 일어나 나에게 영향을 미친 일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고 나니 공포가 밀려오더라구요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도 저는 거실에 불을 켜놓고 잠을 자고 문을 열어놓고 씻어요
차 안이라는 공간도 공기가 너무 차갑게 느껴져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차도 처분하고,,

빛이 닿지않는 공간이 생기면 무서워서 그 앞을 지나가기도 두렵고
마치 강한 자기장이 있어서 쳐다볼 수 없도록 내 얼굴을 밀어내고있는데
가까이 가면 갑자기 블랙홀처럼 어둠속으로 잡아당길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모든 걸 접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PTSD는 치료가 아닌 극복이라고 하죠...?
무뎌져야한다고,,,
다시 한 번 맞닥드릴 용기가 없어서
1년넘게 생각을 피하고 약만 먹다가
최면치료라는 걸 알게되면서
조금씩 나아져서
이젠 다시 회사도 다니고 차도 새로 사고,
저녁에 사람도 만나고 다니는데요

아직 극복은 못했고 조금 잊고지냈었는데
술마시고 들어온 오늘,
자기 전에 누워서 켜본 개드립에서
이 글 이 사진을 보고
갑자기 또 크게 심장이 요동치고 온 몸이 차가워지더라구요

온 집안에 불 다 켜놓고
수면제 먹고 강아지 끌어안고 등에 쿠션 끼고 벽에 바짝 붙어 누워있어요
잠들기 전 괴로운 마음에 하나씩 곱씹어보며 괜찮아 괜찮아 자가최면 하면서 덧글 남깁니다,,

그 날 돌려받은 쉐이크를 그냥 버렸더라면 지금은 좀 다르게 지내고 있을까 하고 말도안되는 상상도 하고,,,

3년전에 죽은 이후로 이런 설렘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