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이었습니다.
몇번이고 반복된 연애 실패 끝에 이제는 좀 정착해보고 싶었고, 뭔가 대화가 잘통하는 그녀와 결혼도 생각하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줬습니다. 직장이 없는 그녀를 위해 데이트비도 90퍼센트이상 다 내면서 열정을 다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착실하게 저축해놓은 돈이 많더군요. 여자는 원래 비상금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데이트 비용은 내기 싫어하는 모습에 불공평함을 외쳤더니 그녀는 바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떠난 이후로 단한번도 연락이 없더군요. 수천만원을 쏟아부어도 그깟 돈푼때문에 저를 떠나는 건 한순간이더군요. 최선을 다했으면 후회가 없다고 하던가요. 사실 그녀가 떠나고 기분이 좋으면 좋았지 한번도 슬퍼본적이 없다는 사실에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녀가 저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저도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새로운 여자를 만납니다. 이번에도 직장이 없는 사람이라서 데이트 비용을 대부분 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본인도 내겠다고 많지 않은 저축한 돈을 쓰게되길래, 그마음만 확인하고 그냥 소비를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사람과 함께할 거면 얼마를 쓰든 아깝지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전 사람과의 경험이 없었으면 지금 제곁에 있는 사람이 야속하게 느껴질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똥차 가고 벤츠온다고 했던가요. 지금 사람은 이전사람보다 훨씬 착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입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제 마음도 훨씬 이전 경험때문에 너그러워진 상태같습니다. 비록 차갑게 절 버리고 가버린 그녀지만, 지금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는 모두 그녀(혹은 그녀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되게 못난 사람입니다. 항상 진지하게 노력하고 잘해주다보니, 연애를 자주 할 수 있었고, 자주 단물 빨리고 버려졌던것 같습니다. 상처도 많았고, 재산도 많이 날려서 가진게 별로 없습니다. 연애하면서 일억은 날린거 같네요. 그래도 돈이야 다시 벌면 되는거고 덕분에 현재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만나서 주인처럼 모시고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할수있게되었습니다. 모두들 결국에는 좋은 사람만나시길 기원합니다. 기다림 끝에 낙이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