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1192017.08.19 01:25
부모님이 수시로 싸우셔서 심난하시겠습니다.
일단 저의 첫번째 바램은
부모님의 사이가 아무리 안좋다고 해도, 글쓴이님의 자존감이 낮아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글쓴이님은 장차 어떤 큰일을 펼치게 될지 모르는 잠재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단지 부모님의 다툼이 격하다는 사소한 이유로, 스스로 잠재력을 폐쇄하는 불행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는건 글쓴이님 때문이 아닙니다.
글쓴이님과 별개의 일입니다.
부모님 두 분이 서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지. 절대로 글쓴이님이 싸움의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럴수는 없는겁니다.
두분이 어린시절부터 자라온 환경이 달랐으며, 생각도 다르고 습관도 달랐기에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부모님이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모님도 그렇고 글쓴이님도 그렇고
인생은 누구나 처음으로 겪어나가는 일입니다.
즉, 인생앞에서는 누구나 서투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하물며 3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남녀가 한집에 모여서 살고 있는데,
서로다른 입장이 있고 서로다른 생각이 있는데..
충돌이 안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누구나 처음으로 겪어나가는 인생살이 일 것이기에, 서로다른 두 사람이 만나 충돌하고 다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싸움이 진행되는 부분에 있어서 글쓴이님이 모르게 조금 조심할 수도 있었지만,
그 역시.. 서툴은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은...
현재의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글쓴이님이
과거의 후진 세상을 살았던 부모님께
이해와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넒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중 2때 집 나갔던 1인입니다.
저는 글쓴이님이 아무리 현재 상황이 어렵고 엿같다고 하더라도 집나가는걸 원치 않습니다.
언제까지?
성인이 될때까지만.
일단 부모님이 싸우고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배울점이 있습니다.
나는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저 지경으로 갈 정도로 싸우진 말이야지. 라는 다짐과
얼마나 서로 사랑했으면... 세살버릇 여든가서도 안바뀐다는데, 저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저런 과격한 짓까지 저지를까?
나는 과연 저런 뜨겁고 깊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 등등..
저역시 집구석이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매일같이 집구석을 부셔트렸고,
어머니가 스트레스로 암환자가 될때까지 못살게 굴었던 막되먹은 인간이었습니다.
경제적 무능력은 이루말할것도 없었고,
당일 먹을 쌀이 없어서, 이제 7살된 저에게 쌀을 구해오라고까지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중2 때 집을 나갔습니다.
집 나가게 되면.
잠자는것 먹는것..보다도
일단 돈이 필요합니다.
요즘세상에 돈이 없으면 되는게 하나도 없어요.
끼니 하나 해결하려고 해도 돈 천원가지고는 택도 없어요.
자췻방에서 자면 되지않겠냐는건?
무일푼으로 집나간 상태로는.
웃기는 이야기죠.
알바 하려고 해도 고딩을 잘 안받아줘요.
착한 고용주를 만나야지... 악덕 고용주를 만나게 되면 뺑이치고 몸버려요.
배달알바같은거.. 만만해 보이죠?
돈만보고 생각없이 들이대면 쉽게 보일수도 있지만
나이 좀 먹은 지금 생각해보면
배달 한 건 당 돈 몇푼 때문에
목숨을 걸고 미친 질주를 했구나 싶어요.
4대보험 들어주는 제대로 된 직장...
도 아니고..
엿같은 대우 받아가면서
한달 목숨걸고 빡세게 일해서 번 돈으로 월세내고 삼각김밥 몇 개 사먹으면 남는게 없어요.
친구들은 공부해서 성적이 몇점 나왔느니 어디 대학에 수시로 붙었느니 자랑하는데
나는 그런게 중요하지 않아요.
당장 오늘 저녁에 뭘로 식사를 때울까..가 고민인 거에요.
부모님 손을 떠나서 내 의지로 살아가는것.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내 삶을 책임지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앞날을 꾸려간다!!
멋지죠.
하지만 친구는..?
학원다니면서 부모님 버프 받아가면서
성적올리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잡고 번듯한 직장에 그럴듯한 연봉을 받으며 이쁜-멋진 애인과 행복을 누리게.될건데..
하루-이틀이야 괜찮죠.
일주-한달-두달까지도 괜찮아요.
하지만 심적 물적 결손이
한학기-일년 누적되면 그 친구 어떻게 따라잡을거에요?
텀이 5년 10년이 된다면?
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가서, 아니 그 이후에 사회생활을 할 나이가 되어서도. 결손이 계속 이어져서
글쓴이님 나이가 서른 마흔이 된다면?
그때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격차는 어떻게 따라잡을건가요?
물론 남과 비교해서는 행복한 삶을 얻을 수는 없어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니까..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없으니까.
글쓴이님 고등학생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당장의 괴로움과 분노를 가라앉히시고, 큰 미래를 그려보시기를 권해드려요.
아버지가 담배사오라고 시켜요?
돈 받아요.
주머니에 넣어요.
그 돈으로 떡볶이랑 오뎅 좀 사먹고, 기운차려요.
그 돈으로 문구점가서 노트랑 필기구좀 사고, 그대로, 동네 시립 도서관가서 책 펼쳐놓고 책봐요.
무슨책을요?
교과서를요.
교과 담당 선생님이 숙제내준거 좀 하구요.
담배사오라고 준 돈으로 산 노트에다가 요약정리도 좀 해보고 숙제도 끄적여보고 필기를 좀 해요.
저녁먹을 시간 즈음에 집에 들어가요.
그럼 집구석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겠죠.
아버지가 담배 어딨냐고 하면, 신분증검사 때문에 못사왔다고 해요.
그럼 돈 어딨냐고 하면, 버스타고 동네 마트 다돌아다니느라 다 썼다고 해요.
이놈시키 혼내려고 하면,
그돈으로 배고파서 떡볶이 사먹고, 공부하려고 필기도구 샀다고 얘기해요.
그정도 돈 써도 되는거 아니냐고. 나 학생인데 공부하려고 돈썼다고 대놓고 얘기해요.
친구들은 학원가서 공부하는데, 학원 왜 안보내주냐고 얘기해요.
지금 담배가 중요하냐고 얘기해요.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필요한것들.
어쩌면 글쓴이님이 그런 요구를 당당하게 하기를 기다리고
일부러 부모님이 싸우신걸지도 몰라요.
글쓴이님의 앞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변화의 촉매가 되도록 말이죠.....
저는 글쓴이님이 집 나가는것을 반대합니다.
현재 아무리 어둡고 엿같은 환경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어둠속의 촛불처럼 글쓴이님의 긍정마인드로 집안환경을 뒤엎어놓을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제가 글쓴이님의 인생에 개입 할 수는 없기에
글쓴이님의 선택이 무엇이 되었든
존중해드릴겁니다.
많이 생각해보시고.
필요하면 방황도 해보세요.
다만, 글쓴이님 입장에서 고생하지 않을정도로만.
미래에 도움이 될 정도로만 방황하고 오세요.
아무도 안말립니다.
어쩌면 큰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