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눈팅만 하다가 방금 가입했어요. 인터넷에 댓글도 몇번 안달아본 인간인데 뭔가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끄적거려 봅니다. 23살때 군대 전역하고 집에오니까 새 식구가 생겼더군요. 이름은 훈돌, 닥스훈트구요 그렇게 처음 만났을때가 한두살 정도 됐었어요 어렸을때부터 강아지를 늘 키워와서 별 의미 안두고 그냥 귀여운 동물 아니면 선심으로 거둬들인 축생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요즘 반려견이니 뭐니하는 풍조때문인지 이놈이 진짜 가족처럼 느껴지더군요 동생 없는 저한테 진짜 동생같은 놈이었고 부모님한테도 우리집 비공식 막내였어요. 진짜 착했어요 오토바이가 집앞에 지나갈때랑 우리 가족들 보고 반가울때 빼곤 짖지도 않았구요 모르는 사람한테도 물기는 커녕 이빨도 안보여주고 햝는것도 조심스러웠어요 밥을 잘 안먹어서 밥 먹는걸 몇번 칭찬해줬더니 꼭 가족들 보는앞에서 밥쑈를 하구요 촐랑대다가 지 침대인 플라스틱 바구니로 네발 동시에 뜨는 점프해서 쏙 들어갈때는 진짜 귀엽고 집밖에서 키우는 놈인데 한번씩 뛰어들어와서 거실한번 싹 돌아보고 엄마한테 쫒겨나고, 거실 마루바닥에 발톱 부딪히는 찹찹소리랑 하품할때 앙인지 으앙인지 소리내는거, 이불하라고 준 버리는 티셔츠에 침낭 들어가듯이 쏙 들어가는 재주, 간식 손에 쥐고 있으면 눈동자 반짝거리게 만들고 재자리에서 총총총 발구르던거, 코에 묻은 흙.
꼴에 수색견 핏줄이라고 냄새맡고 돌아다니기 좋아해서 한번씩 산책 대신이라고 모른척 대문 열어주면 뛰쳐나가서 나 보이는 범위에서 수색하다가 따라다니던 내가 지겨워서 집에 가자 그러면 아쉬움을 한번씩 내 얼굴 보는걸로 티 내다가 마지못해 집에 가는 놈 오늘도 그랬다 수색하던놈 집에가자니까 빤히 보더라 별수있나 추석이기도 하겠다 그래가자 했더니 내딛는 발걸음이 너무 신났었는지 평소보다 빨리 뛰었고 몇발 안가서 차에 깔렸다 그러고도 심장이 뛰고 있었고 눈도 뜨고있었다 그때 몇마디 해주고 더 만져줬어야 했는데 내일모레 서른 되는 놈이 당황해서 그냥 멀뚱멀뚱 있다가 보내버렸네 아빠도 너 묻고 집에 돌아와서 우셨다 소리내서 우시는데 그런 모습 처음 봤다 쪼매난 개 치고는 사람 눈물 많이 뺐다. 너 묻힌, 엄마아빠랑 같이 오르던 그산길에서 니가 좋아하는 수색정찰 많이 하고 늦지 않게 천국 들어가서 나 기다리지말고 니 생을 살어 행복하게. 성당 안간지 십년인데 이번주에는 기도하러 갈게 우리집에 와줘서 고마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