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기억은 지워지는게 아닌가봐요

505615No.70742017.10.15 07:23

제 어릴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꼭 생각나는것중에 하나가 아빠가 방문열고 맥주병을 마당에 던지면서 화내는 장면이에여(술을 잘안드십니다) 그게 제가 유치원다니도 전이라 한 네다섯살정도 되는거같아요
그후로 쭉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어요 겨우찾아온 평화도 한달정도 지나면 꼭 무슨 이유로 엄마아빠가 싸우더군요 어릴땐 몰랐어요 그냥 아빠가 일방적으로 엄마를 괴롭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싸울땐 아빠가너무 미웠습니다

폭풍전야같은 조용한집에서 언제 부딪혀서 깨질지모르는 그런 불안함속에서 학창시절을 지냈어요 제대하기 전까지요.. 그러다보니 성격도 너무 달라졌구요 싸우는게 너무 싫어서 할말도 안하며 억눌린채로 살아요 아직도

그러다 생긴 습관같은게있는데 그게 바로 잠입니다 자면 꿈꾸잖아요 저는 그시간이 젤좋았어요 자면서 현실도피 했어요
그 그지같은분위기의 집을 마주하기가 겁나서 틈만나면 잤어요 너왜그렇게 많이자냐 어디아프냐 몸이 허약하냐고 물어볼때마다 그냥 잠이와서 잔다고 둘러댔죠 부모님은 아직도 모를거에요

나쁜기억들이 너무 많아서 다 쓸수가 없네요
대학때 자취하는데 새벽에 갑자기 누가 문두드리길래 나가봤더니 엄마가 온거에요 이시간에웬일이냐고 했더니 아빠랑 싸우고 아예 집을 나와버렸더군요 그러면서 온몸에 멍자국을 보여줬어요 지금생각해도 너무 마음이아파요 그 새벽에 어디 갈곳은 없고 그렇게 싸우고 맞으면서 아들한테 오는게.. 얼마나 싫고 민망했을까요 최악의 기억입니다

제 나이가 벌써 28살입니다
지금은 엄마가 아예 나와서 저랑 같이 살아요 막상엄마가 나오고 나니 엄마는 잘사는데 아빠가 힘들어보이네요 혼자 힘들게 일하고계세요 살림도 하면서 그래도 같이살때보다 두분 다 훨씸씬 밝고 편해보여요 저도 그렇구요 요즘은 엄마도 가끔왕래를 해요 일있을때 한번씩 집에 가시는데 싸우진않지만 전쟁으로 폐허가된듯한 감정들이 느껴져요

어릴땐 이유를 다 몰랐어요 그저 아빠만욕했어요
글 읽으면서 아빠욕하시는분들 계실거같은데 그러진말아주세요 이유를 다 못쓰는것 뿐.. 그렇다고 폭력을 정당화하잔말은 아
니지만 다커서 돌아보니 아빠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되네요..

지금은 잘 지내고 전보다 많이 웃고 심적으로 편하게 살고있는데도 꿈에서 불쑥불쑥 예전에 그 나쁜기억들이 나타나네요 잊을만 하면 오늘처럼 또 꿈에 나와요
엄마아빠도 저처럼 이런 꿈을 꾸겠죠?
그래도 예전이랑 비교해서 꿈과 현실이 바뀐 지금이 너무 좋네요 엄마아빠도 제 꿈에서만 아파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이제 그런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결혼하실분들 그리고 결혼하시는분들
저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지내신분들도 많겠지만
저의 글을 읽고 집안의 불화가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조금은 느끼시고 저같은경우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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