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529516No.85042017.12.14 17:50

어릴 적 아버지는 나의 원펀맨이셨다.

그 큰 요구르트도 한 입에 드시고 붕어빵도 한 입에 다 넣으셨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했던 나는 늘 요구르트를 흘렸고 붕어빵 두 개를 삼십 분동안 겨우 먹었다.

어느새 나는 서른 하나가 되었고 그 예전의 아버지처럼 요구르트도 한 입에 먹고 붕어빵도 한 입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먼 옛날의 내가 되었다.

속이 안좋으셔서 붕어빵 두 개를 삼십분동안 겨우 드시고 요구르트도 나눠서 드신다.

당신은 나를 활짝 피우기 위하여 기꺼이 거름을 자청하셨다. 아버지의 지난 삼십년은 당신이 아니라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내가 이제 당신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드릴 수 있게 허락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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