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 읽다보니 작년 여름에 편의점에서 겪은 기분더러운 일이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여름방학 기간동안 자격증을 따러 학원을 다님
버스타고 내려서 도보 3~4분 거리
작년 여름 너무 더워서 도보 4분이 넘나 헬이었음
골목 안쪽에 손님없는 편의점 거기서 아이스커피 사서 마시면서 가야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음
큰사거리에서 좀 벗어난 안쪽 골목이서 그런지 편의점은 갈 때마다 텅텅 비어있었음
카운터도 늘 똑같은 아저씨가 봤는데 손님없어서 주인이 하루종일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짧은 기간동안 주중 5일 매일 얼굴도장 찍으니 아저씨와 일면식이 생겨 계산할 때 점점 내게 말을 걸기 시작
더운데 공부 잘되나?
무슨 공부하나?
어디 대학 다니나?
점점 디테일해지는 질문에 그냥 얼버무리면서 넘어가는게 다반사였음
기분이 미묘했지만 이정도 느물거리는 판매업 아저씨는 어디서든 겪어봐서 그냥 넘어감
무엇보다 이렇게 더운데 아이스커피를 포기할 수가 없었음
그래도 집에 갈 때는 꾹 참고 버스타러 직진했음
하루는 진짜 피부를 타고 소름끼칠 정도로 이상한 적이 있었음
방학인데 공부만 하지말고 남자친구랑 여행도 가야지 하는데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음
그 후로 기분이 영 나빠서 좀 띄엄띄엄 갔음
저 멘트 이후로 더 기분나쁜 일은 없어서 방심하고 있었던거였음
그러다 비가 엄청 내리는 날이 옴
덥고 습하고 끈적여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음ㅠ
잠깐 들러서 에어컨도 쐬고 커피도 살 겸 편의점에 들어감
이미 버스 타고 오면서 찝찝함 max였는데다가
비를 맞아서 발목 부분이며 팔뚝이며 다 젖어서 불쾌지수 임계치를 넘어서 있었음
한바퀴 돌면서 에어컨 쐬고, 커피 사서 계산하는데 카드내미는 내 팔- 팔꿈치부분 가까운 팔등 을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두 번 꾹 쥐었다 폈다함
순간 온몸이 굳음
그 아저씨가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기억도 안남
난 기분나쁜일 겪으면 뿌리치고 화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럴 수가 없었음
이성이며 사고가 마비되서 어떤 리액션도 못함
그 날 학원끝나고 집에 올 때까지 내내 그 기분이 떨쳐지지가 않음
내 팔에 닿았던 그 습한 감촉이 계속 거기 묻어있는 느낌이었음
수업듣는것도 분명 내가 필기하고 듣는건데 꼭 무슨 영화에서 남이 하는걸 내가 보는것처럼, 물 속에 빠져있는것처럼 멍하게 느껴짐
한 이틀은 그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음
왜 내가 그런 일을 겪어야 했나 계속 고민하고 짜증을 내게 됨
그런 접촉을 겪고 나니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었음
여고-여대 다니면서 여자들만 겪어서 잘 몰랐던게
남얘기가 아니라 내얘기가 될 수 있다는걸 깨달음
전에는 등을 쓰다듬었다는 성추행 기사 보면
저 정도가 성추행인가? 하고 몰라서 어리석었는데
이젠 무슨 느낌일지, 얼마나 더러운 기분일지 이해가 감
이젠 단순한 동네 슈퍼 아저씨 인사에도 두 번 감아 생각하게 되버림
많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끔 비오거나 습해지면 이유없이 짜증내고 우울해짐
여름 장마때의 그 습한 더위 × 10은 되는 기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