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 목련에게

218054No.126752018.07.09 16:42

당신의 편지를 꺼내 읽던 새벽이었어요. 낮에 스친 목련이 생각나 길을 나섰답니다. 분명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여기서 꽃을 보았는데. 나뭇가지 위에는 흰 새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나는 새들 쪽으로 좀더 다가갔어요. 새들이 내 발소리에 놀라 날아가버릴까 조마조마했어요. 할 수만 있다면 가볍게 정말 가볍게 날아오르고 싶었어요.

그다음 일은 뭐라 설명할 수 없어요. 발뒤꿈치를 몇 번 올렸을 뿐인데 땅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손에 든 카메라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았어요. 걱정과 불안이 발끝으로 떨어져나가 나는 어느새 공기처럼 가벼워져 있었답니다.

흰 새들은 친근하게 굴었어요. 오래전부터 잘 알던 사이처럼. 우리는 봄밤의 향내에 취해 마구 헝클어졌답니다. 나는 그중 몇 마리의 손바닥을 펼쳐 손금을 보아주기도 했어요. ‘너희들은 꼭 목련 같구나.’ 짧은 생명선이 눈에 띄었지만 그걸 말해줄 순 없었어요.



내 옆에서 봄을 살다 간 당신의 이름도 목련이었지요 아마.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中《헤르츠티어》


*책을 선물로 받는 건 참 낭만적이에요. 했더니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많의 양의 책을 선물로 주는 사람ㅠㅠ
그리고 아주 예쁘게 웃는 남자 ... 미안해요.술 못 마신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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