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아저씨가 됐다

749981No.139222018.09.11 09:59

형이 원빈을 너무 많이 닮아서 별명이 아저씨다.

어쩜 사람들이 형 별명을 그리 잘 아는지 길가다 보면 형보고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좋았다. 유명인사가 됐다. 좋았다.

형 어제 농구했는데 아주 잠시동안 동네 농구계의 마이클 조던이었다. 사람들이 안 말렸으면 덩크할 뻔 했다. 좋았다. 허세 좋았다.

농구 끝나고 배고파서 빵집에서 빵이랑 우유를 사서 벤치에 앉아 허겁지겁 먹는데 사레가 들려서 기침하는 바람에 우유 다 흘렸다. 건너편에서 산책하던 3인가족과 강아지가 보였는데 말은 안해도 약간 돌아가는 모습이 형을 난민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해명하고 싶었는데 할 말이 딱히 없어서 오해를 못풀었다. 좋았다. 잘 참았다. 좋았다.

오늘 아침까지도 어른 둘과 작은 여자아이의 찡그린 표정이 생각난다. 마치 형을 메르스 보균자쯤으로 보는 듯 했다. 섭섭하지만 우유를 급하게 먹은 형 잘못이다. 좋았다. 우유는 천천히 마셔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좋았다.

오늘따라 춥다. 다들 몸과 마음이 따뜻한 하루가 되길 기원한다. 좋았다. 성인군자인척 좋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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