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이 저에게 커밍아웃했습니다...

126668No.166552019.02.08 17:05

익명의 힘을 빌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일단 제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온 30대 남자입니다

저는 애초에 타인이나 각종 사회이슈들에 큰관심을 두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또한 희노애락의 표현이 거의없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저를 스님이라고 부를 정도이고
별명도 땡중입니다...

그런 저에게는 3살 어린 친한 여동생이 있습니다.

전 남자형제만 위로 2명이 있다보니 항상 누나 또는 여동생이 있었으면 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동생의 성격도 너무잘맞고 말도 잘통해서 자주 만나다보니 급격히 가까워졌지만 이성으로서의 감정보다는 진짜 친여동생의 마음으로 같이 지내왔고 동생도 저를 친오빠처럼 따라주었습니다.

사건은 이번 설연휴때 일어났습니다.

명절 당일날 갑자기 술한잔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녁에 만났는데

평소 그러지 않던애가 엄청 심각하게 분위기를 잡는겁니다

무슨일 있냐고 물었더니

꼭 내게 해야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래서 장난으로 왜 결혼이라도 하냐 ㅋㅋ 하고 물었는데

장난치는거 아니라고 자기도 진짜 생각많이 하고 얘기 하는거라고 하더군요

그제사 심각함을 느끼고 뭔지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거의 30분동안 혼자 술먹다가 한숨쉬다가 나쳐보다가 울먹거리다가

난리를 치길레

속으로 저도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설마 얘가 나좋다고 고백할려고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주변에서도 우리둘을 커플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변인들은 서로 마음이 있는거 아니냐고 오해도 했죠

근데 막상 분위기를 엄청잡으니까 그런걱정이 들더군요..

그래서 아 이거 어떡하지.. 무슨말을 하면서 거절하지

아니 진짜 얘는 동생 그이상 이하도 아닌데.. 이런걸로 관계가 틀어지는거 싫은데 하면서 온갖 잡생각을 하고있는데

나 사실 만나는 사람이 있어

라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순간 올라오는 쪽팔림.. 을 뒤로하고 생각해보니

아 결혼한다고 얘기할려고 부른거구나 싶었죠..

그 얘기하고는 갑자기 우는겁니다..

엄청 당황했죠.. 뭐냐 왜그러냐 왜 그 사람이 바람이라도 폈냐 하면서 달래주는데

모기만한 목소리로 울면서 얘기하는겁니다..

그사람 여자라고..

자기 동성애자라고 .... 미안하다고...

순간 귀를 의심했죠..

아 평소 저는 성소수자에 대해 특별히 생각바지않았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었죠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니 주변에 성소수자가 있으면 어쩔거냐는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뭐 있으면 있는거고 크게 상관없는데? 했었는데..

막상 정말 아끼는 사람에게 들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알고지낸지 햇수로 9년인데.. 왜 갑자기 이제서야 얘기하는 건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남자도 소개시켜주려하고

빨리 시집이나 가라는둥 별얘기를 다했는데...

한편으로는 배신감도 들더군요

일단 우는 걸 달래주고 오냐오냐해서 집에 보냈습니다..

그이후로 여태 계속 커밍아웃한 사람 주변인얘기를 찾아보고 생각도 엄청해봤죠..

진짜 저는 아무렇지도 않을줄 알았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심정은

그렇가고 해서 동생을 안볼건 아닙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정말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동생이니까요

단지 좀... 복잡해요 성소수자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많은 압박과 불이익속에서 살아갈지...

걱정도 되고 9년동안이나 얘기도 안하고 이제서야 말해서 그동안 내가 한 행동들때문에 자책감도 들고..
미운마음은 안들어요 단지 안쓰럽고... 안타깝기만 한데.. 그 동정이 또 동생에게는 상처가 되는게 아닌지 걱정스럽고 조심스럽습니다...

진짜 제가 살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이렇게 모으고 챙겨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당최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혹시 성소수자 시거나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신분들 계실까요??

있으시다면 제가 지금 어찌해야 동생이 상처받지 않을지 알려주세요...

저는 지금 제 사소한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동생에게는 상처가 되지않을지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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