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의견을 듣고싶기도 하고, 정리안되는 제 생각을 이렇게나마 조금 정리하고싶기도 하고 합니다.
저는 26살이고 그친구는 24살 외국인입니다.
비행기로 7-8시간 거리의 장거리연애였고, 저는 6년제 대학생활중 2학년때 이 친구를 만나서 지금 4학년입니다.
학과 특성상 학기중에는 너무 바빠 만날 수 없었고 방학때만 3-4주씩 서로 번갈아서 출국을 했죠.
너무 착한 친구였습니다.
이렇게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 세상에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한친구였고, 그 매력에 끌렸습니다.
제가 바빠서 연락을 거의 못할때도 서운한 기색은 비췄지만 한번도 저를 원망하거나 비난한적은 없었습니다.
데이트를 해도 금전적으로 저보다 더 쓰려고 하면 했지 절대 덜 쓰려고 하지 않은 친구였습니다.
단지 종교적 신념이 굉장히 강해서 혼전순결을 지키는 친구였는데, 연애 초기엔 그게 나름대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자주 만날수 없는 상황에서도 권태기는 오더군요.
우선 성격자체가 공황장애는 아니지만 거의 그렇다 할 정도로 내성적이며 수동적입니다.
제가 말을 이어가지 않으면 거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만약 그 친구의 어떤 대화방식에있어서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ex. 남자는 다 눈치 없지..ㅎㅎ)
저는 그 부분을 지적을 하지만 굉장히 유하게 표현하는 편입니다. (ex. 맞아, 나도 그런 것 같아. 근데 남자는 이러이러하고 여자는 이러이러하고, 이렇게 성별을 나눠서 말 하는 순간 대화에서 트러블이 생길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래서 남자여자 나눠서 남자는 원래 어떻고 여자는 원래 어떻고 이런 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랬을때 금방 상처받고 입을 닫아버려 대화가 끊기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저 공격적이지 않아요. 목소리도 굉장히 졸리고 유한 편입니다.
이렇게 내성적인친구를 만나는 제 성격도 문제인게, 줏대 없이 상대의 분위기에 확 휩쓸리는 타입이라는거죠..
텐션이 높은 상대와 있으면 같이 높아지고, 우울한 상대와 있으면 같이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같이 있을땐 대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분위기는 우중충한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도피처삼아 개드립을 둘이 있을때도 종종 봤는데(휴대폰을 달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여자친구는 본인한테 신경쓰지 않고 핸드폰 보는 제가 서운했을겁니다. 그래서 더 우울해졌구요..
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권태기가 오며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179cm에 64kg, 이 친구가 156cm에 약 90kg정도 되는데, 연애 초기엔 ‘뭐, 외모가 문제겠어.. 어른들도 다 성격이 최고다, 외모 봐서 좋을거 하나도 없다, 얼굴 값 한다’ 이런 말씀 하시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연애를 이어갔습니다. (지금 차갑게 생각해보면 합리화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시즌에 약 3주간 한국에서 만났는데 이상하게 이 친구가 여자로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더이상 혼전순결을 지켜주는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는 관심을 원하고 스킨십을 원하고 예뻐해주길 원하고 쓰다듬어주고 사랑해주길 원하는데, 이번에 이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진지한 분위기와 마음으로 사랑해주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건 이친구의 잘못이 절대 아닌 부분이지만, 양치도 상당히 자주 하고, 구취에 이용되는 민트제품들도 달고사는데도 제거되지 않는 구취도 마냥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것도 사실이구요.
아무튼 이런저런 상당히 복합적인 이유로 결국 어젯밤에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여지없이 여자친구는 울었고, 저의 미안하다는 말에 본인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오늘 아침 공항으로 떠나면서도 저에게 원망의 소리 한번 안하고 갔습니다.
정말 천상 여자같은 친구인데, 여자로써 대해주지 못한부분이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여자친구는 ‘시간을 갖자’며 여지를 두었고, 저는 확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올리고 다시한번 제가 읽어보면 마음정리가 좀 되겠죠..?
제가 너무 미성숙한것같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저 제가 여자를 만날 자격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하는 자책이 아니고 제가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본 제가 그런 사람인것 같아요.
짧은 글은 아니었는데, 혹시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드리고,
사이다를 가장한 비난이 아니라면 어떤 의견도 수용하고, 제 마음을 정리하고 다잡는데에 도움이 되게끔 받아들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