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조카.. 까마귀파 조지러 가자.. 현수아우 형 보러 함 오라고 해라."
현수는 몸에 문신이 있던 공장 조립공이었다.
"대표님 현수 연락이 안됩니다"
입맛이 썻다. 현수가 이꼴을 보아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회사는 급격히 기울었다. 석사졸업이후 귀국해서 들어온 첫 직장.
나만 믿으면 된다고 자신하던 대표님. 온세상을 누비며 일을 했고
자신감과 자만심이 반쯤 섞여있던 그 시절 약 10년차...
회사는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었고 우리의 꿈은 한없이 컷다.
그리고 갑자기 중2병 말기에 걸려버리신 대표님.
과묵하시던 분이 말씀을 너무 재밌게 하신다고 생각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거짓말이라는 생각도 안하고 그냥 재밌는 이야기구나 했다.
해외 거래처들에게 이상한 메일들을 보내기 시작하셧을때도
나는 아무런 징조도 느끼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제까지
보아왔던 존경스러운 대표님의 모습에 의심하길 거부했던 것 같다.
회사는 나날이 기울었다. 벌써 거래처로부터 존경받던 사장님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거래처들은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내 개인 채널을 통해 매일같이 들어왔다.
회사가 기울면서 대표님의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이미 자기자신을 노으셧고 상상과 현실을 구분못하셧다.
우리 회사는 이미 조폭이 되어 바로 옆에서 모시는 나는
기분에 맞춰드릴지 제정신이 돌아올때 혹은 혼란스러우실까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사모님과 병원에 다녀오셧고 사모님은 매일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내셧다.
그와중에 즐거우신 대표님 새로운 사업구상, 조직을 키워갈일,
말도 안되는 투자요청서를 쓰며 홀로만 아는 장미빛 미래를 꿈꾸셧다.
의사로부턴 절대 상상력에 동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차가운 반응에 잠시 당황하셧지만 몇분안가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약이 강해지자 눈에서 총기가 사라지셧다. 하루종일 아무말도 없이 앉아만 계셧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영웅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것만 같았다.
이분을 보며 난 이런 상사가 되야지... 책임을 지고... 핵심을 지르고...
타인을 배려하며... 남을 먼저 존중하고.... 가정에 충실하며....의리를 알던..멋진 영웅...
병세는 호전됬지만 더이상 날 보고싶지 않아 하신다.
매번 사모님 통해서 명절에 선물을 보내곤 했는데 내 선물은 대번 찾아내서
다음부터 보내지 말라고 하셧단다.
그 오랜시간동안 조카라고 부르실 때에는 본인이 아니셨던거다.
우리둘이 함께면 세상 못해낼 일이 없다 하셧을때
그분은 얼마만큼 자기자신이었을까?
찾아오지도 못하게 선물도 못하게 하시지만
아주 가끔 전화하셔서 너무나 꿈같이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나조차도 때론 그냥 그 꿈속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만큼..
그저 건강하시길... 그렇게 지고지순했던 그분의 가정에 추석 하루만이라도.
평화가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