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장문글이에요... 그냥 어디 털어놓을데가 없어서 씁니다ㅠㅠ...
집안 형편이 좀 어렵습니다.
아빤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15년전에 사고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지금 간경화(+합병증)으로 병원에 계십니다. 많이 안 좋으세요. 동생이랑 저랑은 10살 차이가 납니다. 전 가계를 책임지고 있어요. 동생은 현재 고등학생입니다.
전 운 좋게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 채용됐어요. 인문고졸에 법 지식도 없는 여자애가 쓴 자소서의 가정환경 내용이 너무 딱하다고, 변호사님이 정말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셨습니다. 월급도 업계 신입 평균보다 십 몇 만원씩 더 넣어주셨고, 엄마 첫 수술 땐 수술비도 빌려주셨어요. 생각만 해도 고마움에 눈물이 나요. 근데 이렇게 도움을 받고 희망을 봐도 현실은 여전히 처참하네요.
고졸로 시작한 사무직 연봉은 뭐... 많지 않아요. 이제는 나름대로 직책도 달았고, 이 분야로는 좀 잔뼈가 생겼는데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아니... 그냥 제가 가장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엄마 병원비는 보험이 어느 정도 되지만 입원비, 간병인비, 집세, 동생 용돈, 동생 학비, 공과금... 도저히 제 월급으로 다 채울 수가 없습니다. 엄마가 그동안 식당 일하면서 모아놨던 돈이랑 아빠 사망보험금 아끼고 아껴서 남았던 것도 오래전에 다 썼고, 마이너스 통장 다 뽑아써도 현실을 이겨낼 수가 없어요.
결국 세달 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20년동안 살았던 투룸 아파트에서, 언덕배기 작은 빌라 4층으로요. 달동네집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신경써서 구한건데 동생놈은 대놓고 '고독사한 틀딱들이 내놓은 걸 제가 산거'라면서 면박을 주더군요. 서운하고 섭섭했지만 사춘기 아이니까 그냥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누나가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올테니까, 엄마 퇴원하면 다시 살던 아파트로 가자고 했죠.
집 팔고 남은 돈으로 엄마 치료에 들어가는 돈을 메꾸고, 간병인 월급도 정산했습니다. 근데 간병인을 파트타임으로도 계속 쓸 만큼 여유가 없어서 결국 내보냈어요. 그리고 동생한테 학교 끝나면 엄마 간병 좀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생은 자기가 왜 간병을 하냐면서, 그냥 엄마를 중환자실에 계속 넣어두면 안되냐 했어요. 그 순간 제가 너무 애를 방치해서 키웠다는 생각에 그날 저녁에 진짜 길게, 현재 상황에 대한 것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애가 현실을 좀 알고 도와줬으면 해서요.
누나 월급이 이 정도 되는데, 엄마 병원비만 이 정도가 나간다. 우리 월세가 얼마고, 공과금, 생활비, 네가 쓰는 용돈, 우리의 폰요금, 일년 전 엄마 수술에 대한 대출금... 다 얘기했습니다. 다행히 동생이 인성이 그리 나쁜 애는 아니라서 이주일정도 엄마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엄마 상황이 정말 안 좋거든요.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간경화가 왔는데도 술을 드셨어요. 알콜중독이요... 말리고 울고 달래고 정신병원에 집어넣기도 하고 하여튼 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안 되더라구요. 결국 복수가 빠지지 않는 상황에 장루를 한 상태입니다. 주치의 교수님이 간 이식을 하는게 제일 좋다고, 이젠 간을 절제하는 것도 못한다면서 생각해보라 하는데 뭐... 생각하고 말고 할 게 뭐있어요.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도움을 요청할만한 다른 가족들이 죄다 제 연락을 안받아요. 우리식구들이 다른 가족들한테 진상 부린적도 없고, 싸운 적도 없는데도요. 초반에 한두번 연락됐을 땐 '미안한데 우리도 여유가 없다. 다른 곳을 알아봐라',, 다들 그렇게 얘기하곤 제가 다시 전화하니 빚쟁이 전화마냥 피하더라고요ㅎ.. 이해합니다. 돈 빌려주는 거 당연히 싫겠죠. 자기들 형제에게 필요한 돈이래도...
대출을 받아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너무 우울해졌어요. 근 몇 달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네요. 저저번주에 동생이 엄마 간병을 안 가서, 왜 안 갔냐 했더니 못하겠다고 울더라고요. 그냥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대요. 거기에 대답도 못하고 그냥 계속 같이 울었는데 그렇다고 현실이 나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엄마는 뇌출혈로 다시 수술 후 중환자실에 갔습니다. 반신마비가 왔어요. 배에는 장루를 했고, 눈은 동태마냥... 볼 때마다 그냥 같이 죽고 싶어요.
회사 퇴근하면 공장 가서 3시간 좀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요.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집 좀 치우고, 집에 밑반찬이라도 좀 만들어놓고 조금 자고 다시 출근 준비. 점심시간엔 빵이랑 우유, 아니면 김밥한줄 들고 병원 가서 엄마 면회하고나서 먹어요. 엄마가 예전엔 그래도 입원하다 퇴원하고 집에서 살림이라도 좀 할 수 있는 분이었는데 이젠 병원 침대만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왔다갔다 하는 신세네요. 몸은 못움직이는데 목소리는 다 들어서 제가 뭔 말을 하면 손을 꾹 쥐거나 눈을 깜박거리십니다.
하루하루가 고빕니다. 내 청춘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동생한테도 너무 미안합니다. 애가 학원도 안다니는데 평균 2등급씩 맞아요. 문제집 고작 5권 사줬는데 그걸 정말 하루종일 반복해서 풉니다. 제가 대학을 안가서 잘 모르지만, 담임선생님 말로는 좋은 대학 갈 수 있을 것 같대요. 이과라서 취업도 잘 될거라고...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운데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든든한 버팀목이 못 되는 것 같아요. 이 글 쓰면서도 계속 눈물이 나네요. 가끔 동생이 '누나, 나 대학가지 말고 그냥 취업할까?'라고 물으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헛소리하지 말고 차라리 여친이나 사귀라고 놀리는데 마음은 매번 무겁네요.
엄마가 아예 떠나버리면 생활이 나아질까 생각하는 것도 죄스럽고, 아빠가 왜이리 빨리 가버렸는지 원망도 되고... 지금껏 남자친구도 못 사귀어봤는데 나는 언제 내 인생 살 수 있을까 싶으면서 이런 생각도 다 사치라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그냥 한탄만 늘어놨습니다. 익명게시판이라 정말 다행이네요. 나중에 집에 가면 자삭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