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데 단골이신 커플들의 달달하고 흐믓한 이야기를 혼자 알기 아까워서 글 올려봐요.
다소 길수도 있고 읽기 힘들거나 재미 없을수도 있어요. 그래도 다른분들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노력해볼게요.
얘기를 시작하기전에 소소히 말할게 있어요.
그 분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 앉고 얘기를 하셔요. 앉는 자리는 문과 가깝고 카운터에 가까운 자리여서 시끄럽지않다면 두분의 이야기가 살짝살짝 들리는 정도에요.
주로 손님이 없거나 조용한 시간에 오시기 때문에 신경쓰지않으려해도 듣게 되죠
그분들이 처음 가게 오신건 몇달 전이에요.
여성분은 그전에도 가끔 오셨지만 남성분은 그때 처음 뵙었지요.
여자를 A로 쓰고 남자를 B라고 쓸게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첫 방문은
B가 가방 두개를 들고 와서 A에게 자리를 권하고 커피를 시키시는데
B : 전 아메리카노 마실건데 A씨는 뭐 마실건가요?
A : 음~ 달달한거 마시고 싶어요.
B: 달달한거요? 알았어요. 알바 아가씨 아메리카노랑 카페모카 주실래요?
A : 에! 내가 카페모카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어요?
B : 당신이 전에 말했잖아요? 당신에 관해선 하나라도 기억하고 싶어요.
이런 얘기가 오가면서 A가 부끄럽다는듯이 B를 때려도 B는 아무렇지않은척 A를 이끌고 자리에 앉았어요.
커피가 완성되서 갖다주니 마침 무슨 얘기를 하더라구요.
B : 당신은 정말 나로 괜찮나요?
A : 안 괜찮을게 있어요? 난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아닌가요? 당신이 간밤에 대해준것, 얘기해준것, 내가 보고싶다 하니 바로 와준것, 난 당신의 행동에서 사랑을 느꼈어요.
B : 맙소사... A씨, 당신은 왜 이렇게 사랑스럽죠?
듣고 있는 제가 다 부끄러울 지경인데 당사자인 B는 귀가 다 빨개져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부끄러움을 많이 타시나봐요.
이후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고나서 가시더라구요.
아직도 기억남는 모습이고 인상깊었던 대화였어요. 사귀기 전의 대화 같던데 다행이 잘 되었는지 그 후로도 간간이 오더라구요.
기억나는 에피소드 몇개만 쭈욱 적어볼게요.
1. 자신 없는 B
B : 난.. 능력도 모아둔 돈도 외모도 성격도 다 모자른데 당신이 왜 날 택했는지 모르겠어요.
A : B, 당신이 왜요? 우린, 당신은 아직 젊어요. 30살도 안됬어요. 난 이제 30살이지만 당신은 아니에요 아직 28살이잖아요. 앞으로 쌓아가면 되는 일이에요. 그리고 당신 외모나 성격이 어때서요? 귀엽게 생겼는걸요? 잘생기기도 해요. 저만 그렇게 보이는지는 몰라도요. 그리고 당신만큼 다정하고 배려심 깊고 생각도 깊은 사람 많이 없어요.
B : 하지만요... 난... 혼자가 아닌걸요.. 아이가 있잖아요. 육아의 힘듦을 당신에게도 짊어지게 하고 싶지않아요.
A : 알고있어요. 괜찮아요. 난 당신의 모든걸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리고말에요. 당신을 닮은 아이라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겠죠? 저 아이 좋아해요. 비록 제가 배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내 자식처럼 사랑해줄수있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식인걸요.
B : 당신은.. A씨는 아이를 낳고 싶다했잖아요. 난 그 꿈을 이뤄줄수 없어요.. 그래도 괜찮나요?
A : 아쉽지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당신의 아이가 있고 당신이 있으니 괜찮아요.
얘기를 들을때 엄청 놀랐었어요.
엄청?되게? 어려보이는 B씨가 20대 후반이라는것도 놀랐고 아이아빠..? 라는것도 놀랐어요. 또 A씨는 그걸 괜찮다고 하는것도 놀랐었죠. 자기 아이도 키우기 힘들다고 하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아이는 얼마나 힘들겠나요?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2. 눈치 없는 사랑돌이
A : B씨 나 오늘따라 달라보이는거 없어요?
B : ???
A : 오늘따라 화장도 잘 먹고 머리도 차분한데 정말 모르겠어요?
B : 음... 제가 타인을 잘 못 알아차려요. 그리고 당신은 항상 예뻐서 더욱 모르겠어요.
A : 아~ 진짜! 맨날! 그런 설레는 말이나 하고! 누나 심장 터져~!
B : ??? 어느부분에서 설레였나요? 그런데, 음 누나라고 부르는게 좋을까요? 누나~ 하고? 아무래도 제가 연하니까..
A : 허읍..!! 내 심장..!!!
B : 심장? 아파요? 어디요? 괜찮아요?
눈치없고 둔감한 사랑둥이 리트리버같은 모습에 저도 좀 설렜네요 ㅠㅠ
저런 연하남 어디없을까요 ㅠ
3. 커플링
B : 에헤헿...
A : 그렇게 좋아요? 반지 해준게?
B : 네..! 이런거 해준적 없어서 되게 이상하고 기쁘고 막 그래요 헤헿...
A : 그래요. 나도 좋아요. 아직은 작고 얇은 반지지만 그래도 당신이 해줬다는것에서 기뻐요.
B : 엣, 작고 얇아요..? 음음.. 그럼 나중에 더 좋은거 해줄게요! 막막 결혼반지때는 다이아 넣고 금으로 하고 또... 음... 아무튼 그런거요!
A : 아, 난 다이아 싫어요. 다이아 채굴 방식 알잖아요? 그래서 싫어해요. 그리고 결혼반지는 같이 해야죠~ 안그래요?
B : 어... 그런거에요? 그럼 음.. 당신이 금값을 하고 내가 보석값 할게요! 당신이랑 나랑 좋아하는 보석으로 하고 이니셜도 하고 에헤헿 상상만해도 기뻐요.
A : 귀여워라... 그래요 그렇게 해요. 귀여운 내 사랑 여보♥
B : ...!! 그, 그그런 말은 심장에 좋지못해요.. 저 심장도 안좋은데 그러지말아요..
보기만 해도 흐믓하고 솔로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모습에 아무말도 못하겠어요. ㅠㅠ
4. 쌍둥이?
이번 편에선 C가 나와요. B의 쌍둥이분이죠.
A : 그래서 당신이 날 찾은 이유가 뭐야?
C : 흐응?
A :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는건데?
C : 너가 잘못한거? 없지 그럼, 그냥 호기심?
A : 호기심이라는 이유로 B인척해서 날 부른거야?
C : 그래, 그냥 호기심, 그녀석이 어떤 여자랑 만나나 궁금했거든
A : B씨가 누굴 만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서 만나보니 어때? 아, 잠시 머리에
C : 손대지마 터치하는거 싫어
A : 아 미안, 똑같이 생겨서 실수했어
C : 흐응, 만나보니.. 왜 너같은 여잘 만나는지 알법도 한데, 내가 말해줄 이윤 없겠지
A : 이..강아지같은놈이
C : 입이 걸구만? 그녀석은 말 예쁘게 한다고 좋아하던데 내숭이였냐? 그래 그녀석이랑 xx는 해봤고?
A : 그거야 말로 내가 말해줄 이유가 없지! 이강아지야!!! 내 입이 걸든 어떻든!! 너랑은 상관없잖아! 근데 너 존대 안쓰냐? 내가 너보다 2살 연상이다?
C : 흥
이후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진지한 얘기를 하시는데 주로 C가 A에게 잘 사귀라든지 전 애인때문에 힘들었다든지 하는 걱정과 염려, 응원의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형제는 형제인가봐요 ㅎㅎ
처음에 C를 볼때 B와 옷차림과 눈매만 달라서 스타일이 바뀌셨나..? 했는데 다른 사람이더라구요 ㅋㅋㅋ 아무리 쌍둥이여도 이렇게 닮은사람 못봐서 신기했었어요.
성격은.. 대화에서도 알다시피 리트리버(B)와 도사견(C)의 차이를 느꼈구요.
다른 비교로는.. 귀여운 연하남과 까칠한 나쁜남자?
기억나는대로 쓰니 다를수 있고 그대로 쓰면 안될거같아서 바꾸기도 했어요.
글 쓰고 올리는것에 대한 허락은 B씨에게 받고 조금 바꾸고 그런거니 너무 뭐라 하지말아주세요 ㅎㅎ
이후로도 가끔 생각나거나 하면 또 올릴게요.
물론 당사자분에게 허락 받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ㅎ